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한 새로운 도전[기고/김병숙]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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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
8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를 공식화하고 첨단 기술 제품 수출을 규제하면서 양국 간 기술 패권 경쟁에 불이 붙었다. 이번 조치로 대일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치 등 산업 분야는 당분간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이 시기를 기술 독립을 위한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30년 넘게 몸담고 있는 한국의 전력산업, 그중에서도 가스터빈의 국산화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한다.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발전설비 용량은 1억593만 kW다. 이 중 가스터빈을 이용한 복합발전 비중은 약 30%다. 가스터빈은 첨단 소재와 공학기술의 결정체다. 미국 GE, 독일 지멘스, 일본 미쓰비시 등 선진 3개국이 기술을 독점하고 있어서 한국도 1992년 발전용 가스터빈을 처음 도입한 이래 이들 제품과 기술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낮은 가격과 저렴한 유지·보수비용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 왔다.

기술 종속 관계를 끊으려면 기존 주력 산업을 고도화하면서 소재·부품산업의 국산화를 서둘러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가스터빈 복합발전소를 1000만 kW 이상 신규 건설할 예정이다. 이를 계기로 정부와 한국서부발전, 두산중공업이 투자비 2065억 원을 들여 ‘발전용 고효율 가스터빈 개발’ 국책과제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19일에는 경남 창원시 두산중공업에서 개발 시작 6년 만에 국내 최초로 세계적 수준의 가스터빈을 공개했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 제작 기술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자체 성능시험이 끝나면 2021년 서부발전 김포열병합발전소에 신규 설치해 실증 운전을 할 예정이다.

가스터빈 국산화는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뎠다. 지금은 무엇보다 가스터빈 국산화에 범국가적인 정책 지원을 해야 한다. 정부가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 가스터빈의 단순 개발에 그치지 않고 산업생태계 전체가 뿌리 내릴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한다.

참여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전력시장 제도 개선 등 실질적인 지원책도 필요하다. 그래야 현 제도하에서 고효율 외국산 제품을 사용할 수밖에 없던 발전사들이 국산 가스터빈 상용화에 눈을 돌릴 수 있다.

국산 가스터빈의 해외시장 진출을 앞당기기 위해서는 발전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연구개발(R&D)과 실증까지 마친 일부 기자재들이 발전사들의 외면으로 빛을 잃은 경우가 많았다. 공기업으로서 정부의 중장기 로드맵에 따라 국산 가스터빈을 적극 도입해 제작사가 지속적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발전사들이 솔선수범해야 한다. 인재 육성을 위한 과감한 투자도 필요하다. 제작사는 현 기술을 더욱 고도화하고 발전사들도 운영 및 유지보수를 위한 기술력을 높여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는 지지 않겠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스터빈 국산화를 위한 새로운 도전은 진정한 기술 자립의 시금석이다. 우리 앞에 놓인 과제 해결을 위한 사명감을 가지고 모두가 합심할 때다.

김병숙 한국서부발전 사장
#가스터빈#소재부품 국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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