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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마지막 승부 나서려면 안개부터 걷어라[오늘과 내일/이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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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마지막 승부 나서려면 안개부터 걷어라[오늘과 내일/이승헌]

이승헌 정치부장 입력 2020-03-24 03:00수정 2020-03-2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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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측근 통합당 후보로 지역구 출마
총선 후 어정쩡한 스탠스부터 접어야
이승헌 정치부장
“나중에 말씀드리겠다며 일단은 거절하더라.”

며칠 전 인터뷰차 만났던 김형오 전 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공천 뒷이야기를 하다가 씁쓸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인이 만들어 보냈다는 생강 설탕 절임을 깨물고 있었다. ‘거절’의 기억이 쓴 듯했다.

“안철수를 부산에 전략 공천하려고 했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생각이야 나나 안철수나 서로 다를 게 있겠나. 고향(부산) 후배이기도 해서 은밀하게 연락을 넣었다. 그런데 나중에 이야기하자는 취지로 답이 왔다. 서운하지만 뭐 어쩌겠나.”


왜 안철수였을까. 부산 선거 지휘? 김 전 위원장의 답은 그 이상이었다. “총선 끝나면 곧장 대선이다. 대선 후보군이 넓어져야 차기 대선에 대한 기대치도 넓어진다. 결국 안철수도 (당에) 들어와서 경쟁해야 안 되겠나. 사람에 대한 기대가 클수록 당에 대한 기대도 커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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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를 떠나 정치권의 눈 밝은 인사들은 벌써부터 4월 15일 이후를 그리고 있다. 아수라장 같은 공천 파동을 겪었지만 어찌 됐든 총선 다음 날부터 2022년 3월을 겨냥한 차기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총리, 황교안 통합당 대표, 이재명 경기지사 등 많은 사람이 거론되지만 향후 행보에 대한 궁금증으로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만만치 않다. 미국에서 귀국한 이후 보여준 행보가 그만큼 롤러코스터다.

1월 귀국 후에는 시차에 적응하지 못하는 듯했다. 당명만 두 번 중앙선관위에서 퇴짜를 맞는 수모를 겪었다. 국민의당을 다시 만들며 휴대전화 기반의 모바일 정당을 꺼내 들었지만 기성 정당도 어느 정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작은 반전이 벌어졌다. 대구로 내려가 ‘의사 안철수’로 보름을 보냈다. “정치쇼라도 좋다”는 환호가 나왔다. 안철수는 코로나 사투를 벌였던 계명대 동산병원 최연숙 간호부원장을 1번으로 올린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냈다. 비례만 13석 얻었던 4년 전 국민의당 돌풍은 아니겠지만 ‘폭망 예감’은 벗어날 것이란 말이 나온다. 여기에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후보를 통합당을 통해 여럿 냈다. 김삼화(서울 중랑갑), 김수민(충북 청주 청원), 김근식(서울 송파병), 김영환(경기 고양병), 문병호 후보(서울 영등포갑) 등이 그렇다.

안철수 본인은 별말을 안 하지만 다시 대선의 길로 들어설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몇 가지 변수가 있다. 통합당으로 출마한 안철수계와 국민의당 비례대표가 몇 석을 내느냐도 그중 하나. 더 큰 변수는 7월 통합당 전당대회. 통합당은 보수통합 과정에서 7월 전대를 열기로 시민단체들과 합의했는데, 차기 대선 주자는 출마하지 못하도록 했다. 황 대표 체제가 7월이면 끝나고 보수도 어떻게든 새판이 짜이게 된다.

분명한 건 안철수가 중도실용의 길을 계속 붙잡기는 이전보다 어렵다는 점이다. 4년 전 국민의당으로 38석을 얻었을 때와 ‘조국 사태’를 거친 정치 지형은 전혀 다르다. 게다가 그때는 호남 지역구를 싹쓸이했지만 이번엔 일부 측근들이 통합당에 사실상 ‘얹혀’ 지역구 후보로 나섰다. 안철수가 7월 통합당 전대 이후 움직일 것이라는 말이, 김형오 전 위원장이 진즉에 부산 공천을 주겠다고 한 구상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고 본다.

물론 안철수는 한동안 “통합당과는 안 합친다”고 손사래를 칠 것이다. 하지만 2012년 첫 대선 3개월 전까지 출마 여부를 밝히지 않아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했던 안철수가 또다시 안개만 피운다면 자신에게 두 번이나 배지를 달아 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총선 후엔 지금보단 분명한 길을 알려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의 불확실성을 거두는 것도 그의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이승헌 정치부장 ddr@donga.com
#안철수#4·15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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