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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크 대처는 방역처럼 하지 말라[오늘과 내일/김광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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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쇼크 대처는 방역처럼 하지 말라[오늘과 내일/김광현]

김광현 논설위원 입력 2020-03-12 03:00수정 2020-03-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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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
과거 실수 되풀이하면 극복 못 해
김광현 논설위원
조만간 혹은 언젠가 전염병은 수그러들 것이다. 고립, 불안, 우울에 따른 정신적 후유증은 오래갈 것이다. 그것보다 더 오래가고 심각할 수 있는 것이 경제 충격이다.

지난 주말에 집 안에만 있기 힘들어 집 근처 영화관에 갔다. ‘기생충’에 밀리긴 했지만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까지 오른 영화인데도 우리 일행 3명을 포함해 5명이 관람객 전부였다. 전문식당가는 텅텅 비어 있었다. 닭갈비 가게 여주인은 어제는 점심 저녁 통틀어 네 팀을 받았고 오늘은 처음이자 마지막 손님이라 빨리 문 닫고 갈 것이라고 했다. 얼굴에 근심이 가득 찼다.

전염병뿐 아니라 경제가 팬데믹이다. 전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심각한 복합 불황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휩싸였다. 돈 냄새를 가장 빨리 정확하게 맡는다는 월가의 투자자들은 일제히 주식을 팔고 금, 달러, 채권 같은 안전자산으로 몰렸다. 뉴욕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로 폭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무디스 같은 국제 신용평가 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성장률을 1%대로 낮추고 경우에 따라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어차피 위기는 닥친 것이고 앞으로의 대처가 중요하다. 단, 이전의 경제 정책, 코로나19 방역 대처와는 달라야 한다.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최저임금 인상 같은 정책적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방역에선 지금도 초동 대응의 잘못은 시인하지 않고 희생양 찾기에 여념이 없다. 서울시장, 경기도지사의 관심 끌기용 신천지 때리기는 보기 안쓰러울 정도다.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자 그새를 못 참고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감염 예방의 모범 사례로 남을 만하다고 자랑이다. 이런 무능, 남 탓하기, 자화자찬 3종 세트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래서는 이번 경제 충격 극복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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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일은 전문가 의견을 듣고 따르는 것이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직언을 서슴지 않고 대통령 설득에 나섰던 이헌재 강봉균 강만수 같은 경제 관료들이 있었다. 그 나름대로 경제에 식견이 있다는 당시 대통령들도 그들의 말을 수긍하고 따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그 정도의 기개와 추진력을 갖췄다고 보는 사람은 여권 내에서도 많지 않을 것이다. 경제 사령탑을 교체하고 새로운 인물에게 전권을 줘 대처하는 것이 최선이겠으나 인사 검증, 청문회를 거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면 현 경제팀에라도 최대한 권한을 줘야 한다. 경제는 문외한 수준이면서 힘이 좀 있다고 감 놔라 배 놔라 간섭하면 전문가들이 그나마 있는 능력도 발휘할 수가 없다.

벌써부터 거물급 정치인들의 ‘아무 말 대잔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대통령 최측근인 김경수 경남지사는 “모든 국민에게 재난기본소득으로 100만 원씩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원래 기본소득은 기존의 복지 정책을 통째로 바꾸는 거대한 실험이다. 각종 수당, 세제 감면 등 모든 복지 혜택을 없애고, 재벌 회장이건 노숙자건 소득에 관계없이 똑같은 금액을 나눠 주자는 것이다.

아무리 일시적이라곤 하지만 준비 없이 실행했다간 대혼란을 초래할 게 뻔하다. 인기를 끌겠다 싶으면 자기 돈 아니라고 조 단위는 우습게 생각하는 이런 정치인들의 소음부터 먼저 차단해야 한다.

얼마 전 별세한 잭 웰치 GE 회장은 기업의 위기관리 방안으로 5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지금 눈에 보이는 위기는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둘째, 솔직하게 알리고 잘못에 대해선 사과하라. 셋째, 아픔이 있더라도 사람과 시스템을 바꾸라. 넷째, 외부 평가에 담담해져라. 다섯째, 절망하지 말고 위기 후 더 강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라. 기업이나 국가나 위기에 대한 대처 방식은 매한가지다. 이전과 똑같이 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순 없다.
 
김광현 논설위원 kkh@donga.com
#경제 쇼크 대처#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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