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길 것이다[오늘과 내일/신연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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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신종플루는 76만 명 확진… 지금보다 더한 전염병도 이겨냈다

신연수 논설위원
신연수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을 때 불안했다. 기업인들을 만나 여러 가지 말을 했는데 그 부분만 크게 부각되긴 했다. 그래도 바로 옆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무섭게 퍼지고 있는데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다. 올해는 어떻게든 경제 반등을 이루겠다는 조바심이 정부의 경계심을 느슨하게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대구경북 지역의 병상이 모자랄 것이라는 우려가 일찌감치 나왔는데도 경증 환자 분류 원칙과 수용시설이 늦게 마련되고, 대통령이 수차례 해결을 강조했음에도 여전히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는 것 역시 답답하기 짝이 없다. 민주주의 정부는 독재 국가들처럼 마음대로 사회 통제나 물자 동원을 할 수 없고, 지도부와 현장 사이 시간 차도 있겠으나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는 없었나.

정부의 대응은 서투르고 부족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치 이번 사태를 대통령과 정부가 불러온 것처럼 비난하는 일각의 공격은 지나치다. 코로나19를 ‘문재인 폐렴’으로 부르는가 하면 내용도 엉터리인 ‘대통령 탄핵’ 청원이 140만 명을 넘었다.

전염병 확산이 정부 탓이라는 사람들의 유일한 근거는 중국에서 오는 외국인들의 입국을 막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코로나가 번지기 시작한 초기에 외국인 입국을 금지했다면 지금보다 사태가 조금 나았을 수는 있겠다. 그러나 외국인 입국을 막았더라도 한국인들이 가져온 바이러스는 어쩌겠나. 실제로 그동안 나온 확진 환자들을 보면 중국인이 아니라 대부분 한국인들에게 전염됐다. 무엇보다 한국 경제와 외교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종합적 판단에 대해 정치적 이유와 이념의 잣대로 무책임하게 공격해선 안 된다.

2009년 신종플루는 미국과 멕시코에서 시작돼 세계보건기구(WHO)가 두 달 만에 ‘팬데믹’을 선언할 정도로 심각했지만 당시 누구도 ‘미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지 않았다. 또 정부가 이미 개발된 백신과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해놓지 않고 방심하는 바람에 한국에서만 76만 명의 확진 환자와 270명의 사망자가 나왔으나 ‘대통령 탄핵’ 주장도 나오지 않았다.

신종플루 때는 첫 확진자 발생 후 6개월이 지나 학교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확진자가 10만 명이 넘었을 때에야 뒤늦게 감염병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올렸다. 코로나는 한 달여 만에 확진자 550명 수준에서 심각 단계로 올렸으니 훨씬 신속하게 대응한 것이다. 오히려 지금 한국은 너무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샅샅이 찾아내 국민 불안을 증폭시키고 외교와 경제에서 불이익을 받는 게 아닌가 걱정스러울 정도다. 이런 선제적 대응과 투명한 정책은 언젠가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두려운 것은 전염병이 아직 시작 단계일 수 있다는 일부의 전망이다. 중국은 급증세가 다소 멈췄지만 미주와 유럽에서 발생이 점점 늘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는 한국에서만 1300만 명 이상이 예방 접종을 하고 1년이 넘어서야 사태가 끝났다. 코로나19는 아직 백신과 치료제도 개발되지 않았으니 걱정이다.

그나마 다행은 전 국민이 방역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마스크 소비를 약국용 전산시스템으로 체크하자는 약사,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자는 의사협회, 50만 원의 재난기본소득을 주자는 이재웅 쏘카 대표의 제안 등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 시민사회의 열정과 참여를 실로 꿰어 효과적이고 빠르게 실행하는 것은 정부와 지자체의 책임이다.

대구경북으로 달려가는 의료진과 암 보험을 깨어 기부한 기초생활수급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런 국민들이기에 우리는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고 이겨야만 한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코로나19#신종플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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