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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내수성장 제대로 해보자[오늘과 내일/신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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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내수성장 제대로 해보자[오늘과 내일/신연수]

신연수 논설위원 입력 2020-01-09 03:00수정 2020-01-0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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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의존 국가들 작년 0%대 성장… 내수 키워 경제 대외의존도 줄여야
신연수 논설위원
세계적인 경제학자들이 한국에 대해 “수출 의존도를 줄이고 내수를 키우라”는 조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2020 전미 경제학회’에서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미-이란 충돌 등으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들이 올해 더 힘든 상황을 맞을 것”이라며 “내수를 키우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했다. 대니 로드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도 국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세계화 속도를 조절하고 내수를 늘리라”고 했다. 작년 방한한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정부의 과감한 재정 확대를 주문했다.

경제 석학들이 내수 확대를 조언하는 것은 세계 경제가 더 이상 자유무역에 기대 성장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중국 인도 같은 후발국들의 성장으로 공급 과잉이 심해졌고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미 세계화가 후퇴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엔 트럼프발(發)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보호무역이 득세함에 따라 무역량이 감소하고 많은 국가에서 수출과 투자가 줄었다.

한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는데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세계 경제성장률 자체가 10년 만에 최악이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멕시코, 싱가포르, 독일 등이 직격탄을 맞아 성장률이 0%대로 추락했다. 반면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은 타격이 덜했고 내수 비중이 큰 프랑스와 북유럽 국가들도 선방했다.


국제기구들은 2008년 이후 꾸준히 내수 확대를 권했지만 한국은 오히려 수출 의존도가 더 심해졌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입 비율이 70% 수준으로, 10∼30%대인 미국이나 중국, 일본에 비해 훨씬 높다. 내수 비중은 1990년대 70%대에서 최근 50%대로 주저앉았다. 세계 경제가 기침하면 한국이 먼저 감기에 걸리는 이유다. 한국에서도 그동안 내수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내수 확대에 치명적인 저출산 고령화는 더 심해졌고 반등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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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최저임금 인상, 주 52시간제 실시, 사회안전망과 복지 확대는 내수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여가 시간이 많고 노후 걱정이 줄어야 소비가 늘기 때문이다. 정부 방향대로 국민들의 가처분 소득을 늘리는 것은 중요하지만, 민간 소비가 더 커지려면 ‘매력적인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경제가 불황이라면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객과 해외 소비는 매년 사상 최대다. 이런 수요를 국내로 돌리고 서울에만 몰리는 해외 관광객들을 지방 곳곳에 분산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한다. 성장 잠재력이 큰 헬스케어 등 서비스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투자와 지원도 필수다. 요즘 기업들이 뜨거운 경쟁을 벌이는 새벽배송이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처럼 참신하고 편리한 상품과 서비스는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만들어 낸다.

최근 ‘일본의 수출 규제가 한국에 축복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국에서 수입하던 소재·부품·장비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국산화하는 것은 국내에 좋은 일자리를 늘려 내수를 키울 것이다. 바이오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등에 투자하는 것 역시 미래를 준비하면서 당장 내수도 살리는 좋은 방법이다. 정부는 대학 같은 고등교육과 직업교육, 연구개발 사업 등 인적자본 투자에도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내수 확대는 임금 인상, 여가 증대, 사회서비스 향상으로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면에서도 바람직하다. 다만 지나쳐서는 안 된다. 수출 경쟁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소비-투자-고용-소득이 선순환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수출과 내수,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함께 끌어가는 ‘쌍끌이 경제’가 2020년 한국이 갈 길이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
#내수 확대#수출 의존도#2020 전미 경제학회#경제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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