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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당당히 ‘진짜 국민’을 상대하라[오늘과 내일/정연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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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당당히 ‘진짜 국민’을 상대하라[오늘과 내일/정연욱]

정연욱 논설위원 입력 2019-11-26 03:00수정 2019-11-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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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키워드로 포장된 친문 지지층
기조 변화 없는 ‘땜질’ 처방은 한계
질문받는 文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국민이 묻는다―2019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 참석해 민생 현안에 대한 국민의 질문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을 중심으로 둥그렇게 모여 앉은 300명의 국민 패널은 국방, 경제, 검찰개혁, 부동산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정연욱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출연한 한 지상파 방송사 행사 제목은 ‘국민과의 대화’였다. ‘국민 패널’ 300명이 출연해 대통령과 직접 문답을 한다는 구성이었지만 정작 국민들이 보고 싶어 했던 날 선 공방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절감한 검찰 개혁을 왜 집권한 지 2년 반 지나서야 하느냐는 질문에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은 쉽게 오지 않을 좋은 기회”라는 원론적 답변만 했다. 이전 정부 ‘적폐 청산’에는 가만있다가 ‘조국 사태’로 상황이 달라진 것 아니냐는 질문 포인트를 비켜간 것이다.

국민이란 단어는 정부에 비판적인 국민들도 아우른다는 포용적이고 통합적인 메시지가 강하다. 한 정파의 리더이면서도 국민 전체를 상대해야 하는 대통령 정치에는 더욱 절실한 정치적 언어의 힘이다. 하지만 그 포장이 지나치면 역풍이 불 수 있다.

국민과의 대화에선 그 전조가 보였다. 대통령은 경제 현장에서 사실상 검증이 끝난 소득주도성장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했고, 곳곳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흔드는 움직임이 드러나는데도 중립성 문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북한의 선의(善意)에만 기댄 대북정책 기조도 변함없다고 했다. 지난 2년 반 국정 운영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도 한마디로 ‘마이 웨이’ 선언이었다. 대다수 국민이 아닌 친문 지지층을 향한 메시지에 가까웠다.


여권의 이런 집착은 이제 5개월도 남지 않은 국회의원 총선 때문이다. 아무리 ‘야당 복’이 있다고 해도 집권 3년차부터 작동하는 정권 심판론에 맞서기 위해선 지지층 결집이 다급했을 것이다. 하지만 역대 총선이 보여준 메시지는 다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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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YS) 정부 출범 이래 집권 3년차 이후 실시된 총선은 15대(1996년·4년차), 16대(2000년·3년차), 19대(2012년·5년차), 20대(2016년·4년차) 등 모두 네 차례 있었다. 여당이 당초 불리하다는 예상을 깨고 이긴 선거는 15, 19대 두 차례였다.

YS 청와대는 총선 1년 전 지방선거 참패에 깔린 민심의 ‘경고’를 읽고 YS의 2선 후퇴와 함께 껄끄러웠던 이회창, 박찬종 등 새 얼굴을 영입해 당의 간판을 바꿨다. 동시에 당 지평을 넓힌 파격적인 공천 혁신으로 변화를 주도해 총선 승리를 견인했다.

광우병 시위로 집권 첫해부터 치명상을 입은 이명박 정부는 이듬해 4·29 재·보선에서 참패하는 등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이 무렵 중도실용과 친서민 행보로 국정 기조를 전환했다. 정권의 상징이었던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포기했고, 야권의 대선후보(정운찬)를 국무총리로 영입했다. 이 때문에 다른 정권과 달리 지지율이 차츰 회복하는 U자형 커브를 그렸다. 19대 총선 직전 들어선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가 여권 내부의 정권교체를 이뤘다는 상징적 효과도 컸을 것이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여권 지지층의 이탈이 두드러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여권이 친문 결집에 더 매달릴수록 문재인 정권은 그 반경을 벗어나기 어려워지는 역설이다. 응집력이 강한 친문 지지층의 코드에 맞춰 국정운영을 해야 하는 이 정권의 숙명일 것이다.

하지만 야권 분열로 인해 친문 지지층만 제대로 결집하면 총선에서 승산이 있다는 일부 여권 인사들의 생각은 한계가 있다. 역대 총선 결과는 여권의 인적 쇄신이 국정 기조 변화라는 큰 흐름과 맞물려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국민’이 친문 지지층을 넘어서지 못하면 변화와 쇄신 효과는 빛이 바랠 수 있다.
 
정연욱 논설위원 jyw11@donga.com
#국민과의 대화#검찰 개혁#적폐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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