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뿐인 ‘공영방송’ tbs[오늘과 내일/서정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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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부터 진행자, 특정세력 일색… 박원순 시장은 감싸기에만 급급

서정보 문화부장
서정보 문화부장
“한 번도 (다큐멘터리를) 안 보시지 않았습니까.”

지난달 2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감에서 서울시 산하기관인 tbs 교통방송 이강택 사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KBS 재직 시절인 2006년 제작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신자유주의를 넘어서… 차베스의 도전’에 대해 자유한국당 의원이 ‘차베스 미화’라고 비판하자 강하게 반발한 것. 그러면서 ‘차베스에 대한 비판도 넣었는데 다큐를 보지도 않고 미화라고 한다’고 역공했다. 하지만 당시 이 프로그램을 본 기자로서는 이 사장의 발언에 동의할 수 없었다.

혹시 기억이 잘못됐나 싶어 프로그램을 다시 한번 찾아봤다. KBS 홈페이지나 유튜브 등에서 해당 프로그램 영상을 찾긴 힘들었다. 후배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7개로 쪼개진 풀영상을 구했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기억’대로였다. 시민, 외국인, 역사학자, 정부 관계자 등이 전(前) 정권을 비판하고 차베스를 지지하는 내용의 인터뷰가 내내 이어졌다. 물론 이 사장이 말한 대로 차베스의 1인 지배 체제 등을 우려한 대목이 있다. 하지만 60분 가까운 전체 방영 시간 중 3분여에 그쳤을 뿐이다. 반 차베스 시위대의 모습도 담았지만 이들은 '개혁에 발목잡는' 세력으로 묘사됐다. 그는 당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선 차베스에 대해 “언제나 한길을 걸어온 사람이고, 매번 자신을 던졌다. 철저한 원칙, 끊임없는 탐구, 대중과의 친화력도 대단하고, 세계적으로 드문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덧붙여 “솔직히 우리나라 대통령이 보고 배웠으면 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다”라는 소회도 털어놓았다.

프로그램의 제작 방식이 의도적이었다는 점을 논외로 하더라도 프로그램이 극찬한 차베스식의 개혁은 베네수엘라를 철저히 파괴했다. 2006년의 다큐는 당시에는 유효했을지 몰라도 지금 보면 부끄러울 수 있는 내용이나 이 사장은 여전히 확신에 넘쳤다.

이 사장은 이날 국감에서 “한 번도 안 들어보지 않았나”라는 말도 했다. tbs에서 주진우 김규리 이은미 씨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은 순수 음악방송인데 야당 측이 한 번도 안 듣고 편향됐다고 비판한다는 역공이었다. 하지만 김어준 주진우 씨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 서초동 집회에서 ‘조국 수호’를 외치며 공연하는 이은미 씨, 같은 집회에 참가한 김규리 씨 등 특정 입장의 인물만 콕 찍어 캐스팅되는 것이 어떤 메시지를 던질까.

여기에 tbs 사장 임명권자인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tbs 감싸기에 적극적이다. 지난달 서울시 국감에서 그는 “tbs는 공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높은 청취율을 보인다며 자랑하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2017년부터 지난달까지 11건의 제재를 받아 방송 매체별 프로그램 심의 제재 건수에서 2위를 기록했다. 또 박 시장은 지난달 25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출연해 가짜뉴스에 대해 언급하면서 “언론의 자유는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에만 해당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5일 BBS 불교방송 라디오 ‘이상휘의 아침저널’과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tbs가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언론이냐’는 질문에 “모든 언론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답했다.

tbs에는 서울시 세금이 한 해 350억 원 가까이 들어간다. 재정 구조는 공영방송에 버금간다. tbs 홈페이지에도 ‘수도권 공영방송’이라고 자임하고 있다.

시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자임하려면 ‘확신’을 가진 특정 성향의 인물들만이 자리를 꿰차서는 안 된다. 그들의 확신을 보여주고 싶다면 민간방송이나 유튜브로 가는 게 맞다. 4일 tbs 방송에서 ‘밥만 잘 먹더라’라는 가요를 소개하며 “박근혜 건강 상태를 취재할 때 생각난 노래”라고 한 주진우 씨의 멘트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는 곳 말이다.

서정보 문화부장 suhchoi@donga.com
#공영방송#tbs#박원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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