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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혁신만 가능한 한국[오늘과 내일/하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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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혁신만 가능한 한국[오늘과 내일/하임숙]

하임숙 산업1부장 입력 2019-11-04 03:00수정 2019-11-04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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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의 경험 자본 규제 벽을 넘어야 혁신
대기업 외국계만 가능한 구조 만들어서야
하임숙 산업1부장
혁신의 가장 오래된 적은 기존 성공의 경험이다. 드라마나 K팝 한류 이전에 식품 한류를 이끌어온 오리온 초코파이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다.

초코파이는 처음 생산된 1974년 이래 전 세계에서 300억 개나 팔렸다. 초코파이는 40여 년의 세월 동안 중량, 마케팅, 가격은 변했지만 초콜릿, 비스킷, 마시멜로의 기본 틀은 변한 적이 없다. 그러다 2016년 창립 60주년을 맞아 오리온은 마시멜로 안에 바나나 퓌레를 넣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었다. 이화경 부회장은 이렇게 말했다. “효자 상품이었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안 하려는 분위기가 만연했다. 굳이 모험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다.” 바나나 초코파이가 등장한 그해 개당 500원이 채 안 되는 초코파이 매출은 전년보다 940억 원 늘었다.

있던 제품을 혁신하는 것보다 더 힘든 게 기존엔 없던 새로운 상품이나 서비스를 내놓는 일이다. 여기엔 기존 성공의 경험만 아니라 비싼 비용, 규제라는 넘기 힘든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연 삼성개발자콘퍼런스에서 깜짝 공개한 위아래로 접히는 폴더블폰은 창립 50주년을 맞은 삼성전자가 지속적으로 혁신해 나가겠다는 다짐의 표현이었다. 올해 처음 내놓은 책처럼 접히는 갤럭시폴드가 종착역이 아니라는 선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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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2007년 아이폰이 등장한 이래 작년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세계 전자·통신 업계는 5세대(5G) 통신으로 게임, 영상을 현실보다 더 생생하게 제공하는 시장을 돌파구로 봤다. 화면이 커야 하니까 앞뒤로, 아래위로, 심지어 두세 번 접히거나 돌돌 말리는 스마트폰이 필요하게 됐다. 형태의 변신으로 사진이나 영상 찍는 법부터 시작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아예 바뀌는 사용자 혁신이 일어날 것이다.

현란한 기술을 구현하려면 천문학적인 개발 비용과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 중국처럼 정부가 대놓고 밀어주는 나라가 아닌 이상 한국에선 대기업만 시도할 수 있는 게 이런 중후장대형 혁신이다. 전기차 배터리, 초대형 디스플레이 등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생활밀착형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분야는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의 몫이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게 여러 은행의 계좌를 가진 사람이 한곳에서 각종 금융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한 토스 같은 서비스다. 출퇴근길에, 회식한 뒤에 길거리에서 1시간을 보내도 잘 잡히지 않던 택시를 대신할 수 있는 타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불행히도 두 서비스는 규제 장벽에 걸려 사업 확장에 애로를 겪거나 아예 접어야 할 판이다.

특히 타다를 운영하는 회사의 대표는 얼마 전 검찰에 기소됐다. 모빌리티 업계를 기존 택시산업과 어떻게 공존시키느냐가 논의되던 중에 검찰이 나선 게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검찰이 기소에 대해 의견을 물었지만 국토교통부가 아무런 대응을 않다가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이 잇달아 검찰을 비난하고 나선 게 너무 뻔한 ‘검찰 몰아가기 2탄’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이보다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국토부가 만들고 있는 상생안은 요약하자면 돈 내고 택시면허를 사서 모빌리티 사업을 하라는 것인데, 이게 과연 상생안이냐는 것이다. 자칫하면 우버처럼 자본력 강한 해외 모빌리티 업계에 시장만 내주고, 한국적 혁신산업은 생존의 싹이 잘리는 게 아닐지. 그러니 한국의 스타트업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국에선 비싼 혁신만 하라는 말이냐.”

하임숙 산업1부장 artemes@donga.com
#타다#모빌리티 업계#택시#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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