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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옛 소련 vs 2019년 중국[오늘과 내일/김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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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 옛 소련 vs 2019년 중국[오늘과 내일/김영식]

김영식 국제부장 입력 2019-08-30 03:00수정 2019-08-3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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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연결 시대의 패권 경쟁… 봉쇄 아닌 협력 확대로 대응해야
김영식 국제부장
냉전이 형성되던 1947년의 소련과 무역전쟁으로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2019년의 중국을 보면 묘하게도 겹치는 부분들이 있다. 시대, 국제질서 환경, 싸우는 방식은 다르지만 미국이 국운을 걸고 싸우는 상대라는 게 대표적인 특징이다. 공산주의가 통치하고 있다는 것도 그렇다. 40년간에 이르는 시장경제 성장으로 간과되는 대목이지만 정치적으로 중국은 공산당이 권력을 독차지하고 있다.

포린어페어스 최신호는 ‘중국 행동의 원천: 워싱턴과 베이징이 새로운 냉전을 벌이나?’라는 기고문에서 냉전 시기와 현재 상황을 거론하며 옛 소련과 지금의 중국을 비교했다. 너무도 유명하고 자주 인용돼 또 쓰는 게 부담스러울 정도인 조지 케넌 전 소련 주재 미국 대리대사의 ‘장문의 전보(Long Telegram)’는 1946년 2월 본국으로 보낸 주재국 정세 분석 보고서에 해당한다. 이는 1947년 포린어페어스에 ‘소비에트 행동의 원천’이라는 제목과 ‘X’라는 필명으로 소개됐다. 당시 케넌은 “마르크스-레닌주의와 함께 내재된 깊은 불안감은 소련을 팽창주의로 이끌 것”이라며 “미국은 장기적 안보를 위해 소련의 위협을 봉쇄해야 한다”고 했다.

70여 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다시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공산주의 라이벌인 중국을 마주하고 있다. 올해 4월 카이런 스키너 미 국무부 정책국장은 “지금은 중국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X’의 기고문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다른 적수이니 과거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의 중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으로 부를 축적한 뒤 패권을 추구하는 부국(富國)이란 점에서도 옛 소련과 다르다. 민족국가인 것처럼 행동하지만 사실상 제국의 행태를 보이는 중국이 지역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과정은 주변국을 우려하게 만들고 있다. 군사적 역량을 강화하는 중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아시아 정세가 형성되는 모습도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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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년의 소련은 미국과의 장기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여기고, 공산주의가 자본주의에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당시 케넌은 “세계 경제체제를 거부해 스스로를 닫는 소련 경제는 굳이 봉쇄할 필요가 없다”고 했을 정도이지만, 중국은 이와 달리 미국 경제와 긴밀히 엮여 있다. 중국의 제1수출 대상국도 미국이다. 게다가 중국 지도부나 어느 누구도 개혁개방 이전의 과거로 돌아가길 원하지 않는다.

문제는 이렇게 다른 중국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위상은 그 어느 때보다 약화됐다. 미국의 지도력이 필수불가결하다고 여겨 왔던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기후변화, 무역, 불평등 문제 등 국제사회가 해결해야 할 초국가적인 협력 사안을 두곤 오히려 중국의 역할이 더 커 보일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다양한 중국의 특질을 뜻하는 ‘중국 행동의 원천’에 대응하려면 옛 소련과는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포린어페어스의 접근법이다. 냉전 시기 ‘봉쇄정책’의 출발점이기도 했던 이 외교전문지는 새로운 접근법을 찾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한 정보 물자 교류로 지금 세상에선 ‘봉쇄’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 미국으로선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를 대상으로 우호 환경을 조성해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협력이 더 필요한 시대인데도 미국의 지도력은 사라지고, 말을 안 듣는 나라들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진짜 신경 쓰이는 것은 이런 힘센 나라들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분노를 표출할 때이다. 그 파장과 불똥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다른 강대국은 아닐 것이고, 그저 취약한 주변국일 가능성이 높아서, 그게 걱정이다.

김영식 국제부장 spear@donga.com
#소련#중국#무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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