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정훈]도전정신에 침뱉은 ‘히말라야 악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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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사회부
김정훈·사회부
‘취미를 즐기다 죽었는데 왜 명복을 비냐? 원하던 대로 산에서 잘 죽었네.’

히말라야 구르자히말 등반 도중 참변을 당한 원정대 관련 기사들에는 이런 내용의 댓글이 수십 건씩 달려 있다. 그 험준한 산에 올라가라고 누가 떠밀지도 않았는데 자기가 좋아서 산을 오르다 숨진 사람들에게 왜 국민이 명복을 빌어줘야 하느냐는 취지다. 이런 댓글 중 일부는 누리꾼들의 추천을 많이 받아 ‘베스트 댓글’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들의 장례에 나랏돈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민 세금이 눈먼 돈인가. 만약 세금으로 장례를 치른다면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는 식이다. 15일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히말라야 등반 사망자들 장례에 세금을 쓰지 못하게 해 달라’는 글까지 올라왔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산악인들에 대한 인식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의견이든 최소한의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먼저 목숨을 잃은 한국인 원정대 5명의 시신을 수습하고 장례를 치르는 과정에 국민의 세금은 들어가지 않는다. 시신 수습은 네팔 산악연맹 주도로 진행됐다. 히말라야 주변에 헬기를 띄우는 등 시신 수습에 들어간 비용은 대원들의 유족과 국내 산악회들에서 낼 예정이다. 시신을 비행기에 실어 한국으로 운구하는 비용, 이후 가족들에게 인계돼 가족장으로 치러질 장례식 비용도 유족과 동료 산악인들이 부담한다.

원정대가 단순히 취미 차원에서 위험한 등반을 감행했다는 시각도 사실과 거리가 있다. 김창호 대장은 구르자히말 남벽에 ‘코리안웨이’를 개척하겠다는 꿈을 위해 험지로 향했다고 한다. 히말라야 등정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며 그곳에 ‘코리아’를 새기기 위한 도전이었던 것이다. 히말라야 8000m급 14좌를 세계 최단기간 무산소 등정한 데 이어 다시 한번 한국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시도였다. 세계적 명성을 얻은 한국인 스포츠 선수와 케이팝 가수들에게 우리가 열광하는 것도 험난한 도전을 통해 한국의 이름을 떨쳤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 산악계의 존경과 주목을 받는 산 사나이들의 도전을 폄하할 일은 결코 아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악플#히말라야#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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