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동혁]‘기회균형’ 학생에 선긋는 우리사회의 민낯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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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혁·사회부
김동혁·사회부
2008년 입학했을 때 가는 곳마다 들었던 질문이 있다. “어떤 전형이에요?”

처음엔 정시, 수시인지 물었다. 수시라고 답하면 학생부종합전형, 지역균형전형 등 복잡한 질문이 꼬리를 문다. 궁금증 탓이겠지만 지금 돌아보면 자신과 다른 사람을 구별하고 싶은 은근한 심리가 엿보인다.

서울대 기회균형특별전형(기회균형)은 저소득층이나 농어촌 지역 학생 중에서 뽑는다. 정원과 별도로 선발한다. 계층 이동을 위한 사다리 같은 제도다. 기회균형으로 입학한 학생 대부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 힘겹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하지만 예상 못한 차가운 시선은 이들을 좌절케 한다.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기회균형 학생을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익명성에 기댄 일부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당사자의 상처가 너무 크다. 사회배려자 대상 전형을 실시하는 다른 대학의 상황도 비슷하다. 대부분의 대학은 근본적인 해결보다 개인의 노력 부족에서 원인을 찾는다. 서울대가 내놓은 개인교습 프로그램이 비판받는 이유다. 학생들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기회균형 출신인 게 알려질 수밖에 없다. 학교가 문제의 본질을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회균형 학생들의 어려움을 전한 본보 기사(25일자 A2면)에는 ‘서울대생이면 과외 요청이 쏟아지는데 뭐가 힘드냐’, ‘요즘도 낮에 농사짓고 밤에 공부하냐’ 같은 댓글이 달렸다. 기회균형에 대해 “성공의 기준을 서울대 입학으로 보는 잘못된 제도”라는 비판도 나왔다. 서울대 기회균형 학생들이 겪는 문제는 심각한 불균형에 신음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이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기회의 사다리’를 놓아준 뒤 힘겹게 올라가는 이들을 팔짱 끼고 바라보며 평가하고 있다.

“더 이상 선을 긋고 배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생들의 바람은 거창하지 않았다. 서울대 기회균형이 우리 사회의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온전한 기회의 사다리가 될 수 있는 길이다.

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기회균형#전형#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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