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호경]성매매가 줄었다고? 현실 외면한 정부 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5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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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정책사회부
김호경·정책사회부
정말 성매매 여성이 3년 전보다 줄었을까. 1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6년 성매매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매매 여성은 4402명으로 2013년(5103명)보다 13.7% 줄었다. 또 같은 기간 성매매 집결지는 44곳에서 42곳으로 2곳 감소했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 강남 유흥가에는 한 집 건너 성매매 업소가 수두룩한데 수치가 이상하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었다. 괜한 의심이 아니었다. 여가부는 성매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업소가 10곳 이상 밀집된 지역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벌였다. 변종 성매매 업소, 성매매를 뜻하는 ‘2차’가 가능한 유흥업소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말이다.

2004년 9월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변종 업소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안마방’ ‘오피방’(오피스텔 성매매) ‘건마’(퇴폐 마사지) ‘키스방’ ‘립카페’ ‘귀청소방’ ‘출장만남’ 등까지 영업 방식도 다양하다. 인터넷을 통한 성매매인 ‘조건만남’도 활발하다.


성매매 중심지가 집창촌에서 이런 변종 업소로 이동한 건 오래전 일이다. 여가부 조사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2015년 단속에 적발된 성매매 남성 10명 중 3명(30.7%)은 안마방에서 성매매를 했다. 조건만남(16.6%) 유흥업소(12.9%)가 그 뒤를 이었다. 집창촌 외부에서 이뤄지는 성매매가 훨씬 더 많은데 여가부는 여전히 집창촌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를 실태조사라고 발표하고 있는 것이다.

여가부는 이번에 처음으로 청소년 성매매 실태를 조사했다. 이를 위해 3년 전(3억 원)보다 2억 원 늘어난 5억 원의 예산을 썼다. 하지만 조사 결과 대부분이 이미 알려진 내용인 데다 대책은 부실했다.

조건만남을 한 청소년의 74.8%는 온라인으로 성매매 남성을 구했다. 채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조건만남(60.8%)이 특히 많았다. 이런 앱 대다수(87.7%)가 성인 인증 없이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력한 채팅 앱 규제가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이날 여가부의 대책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이전부터 해오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신고포상금제를 적극 홍보하겠다는 게 전부였다. 지난해 1∼11월 기준 신고포상금 건수는 231건으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날 기자가 가장 ‘유명’한 랜덤채팅 앱을 내려받은 뒤 프로필을 20세 여자로 입력하자 가입 10여 분 만에 조건만남을 하자는 쪽지가 100건이 넘었다. 이런 앱은 현재 317개나 된다.

여가부 관계자는 “변종 성매매 업소에 대해 조사는 했지만 이런 업소가 모두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기 힘들고 답변의 신뢰성 문제가 있어 공개하지 않고 내부 정책 자료로만 활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실태조사는 이번이 4번째다. 여가부는 3년 전에도 비슷한 이유로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다가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공개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유명무실한 조사에 3년마다 수억 원을 쓰면서 변명만 늘어놓는 여가부에 성매매 정책을 맡겨도 될지 의문이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성매매#조사#유흥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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