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 김창덕]“추락하는 해외 신뢰는 누가 보상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창덕·산업부
김창덕·산업부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지난달에 이어 다시 청구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검찰에 소환됐고, 12월에는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나왔다. 특검 소환과 영장실질심사 2번씩을 더하면 최근 석 달 새 6번이나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대선 주자들은 ‘대기업’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13일 대기업 총수 일가나 경영진을 사면복권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을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2015년 광복절 특사로 나온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은근히 겨냥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4대 재벌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아예 재벌 해체를 주장한다.

재계는 수심이 깊다. 안방에서 ‘범죄 집단’ 낙인을 찍으니 해외에서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하이닉스, LG전자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은 매출의 75∼90%를 해외에서 거둬들이고 있다.

부도덕한 기업이라는 인식이 박히면 글로벌 시장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 해외 투자자나 파트너사들이 싸늘한 시선을 보낼 수밖에 없다. 핵심 인재의 내부 단속과 외부 영입도 어려워진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 A 씨는 최근 해외 B사를 인수할 당시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는 B사 인수 직후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직원들과 타운홀 미팅을 열었다. 열정적으로 비전을 설명했지만 정작 직원들의 관심은 “구글로 검색하면 나오는 것”에 있었다고 했다. 수년 전 오너가의 법적 처벌과 관련한 리스크가 모두 해소됐는지에 대한 것이었다. A 씨는 삼성의 상황을 거론하면서 “구속영장을 신청만 해도 해외에서는 우리와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다. (재판 결과 유죄가) 아니면 그 대미지(damage)는 누가 보상할 거냐”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깊숙이 개입된 것으로 드러난 기업은 분명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 법적 책임은 물론이고 스스로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 내겠다는 의지도 보여줘야 한다.

그러나 법적 문제에 대한 논리 다툼을 벌이기도 전에 기업을 미리 단죄하는 ‘여론재판’은 다른 문제다. 기업 수사에 사활을 건 특검과 반(反)기업 정서만 부추기는 대선 주자들은 재계의 이런 고민을 한 번은 생각해봐야 한다.

김창덕기자 drake007@donga.com
#이재용#삼성#특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