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정민지]“김영란법은 부부관계촉진법” 궤변-농담 늘어놓은 권익위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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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지·산업부
정민지·산업부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을 일주일 앞둔 21일. 대한상공회의소는 법 시행 주무기관의 수장인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을 초청해 조찬간담회를 가졌다. 기업인들은 권익위와 로펌 등 어디에서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는 김영란법에 대한 질문 리스트를 잔뜩 만들어 참석했다. 법 시행이 임박했지만 기업에는 여전히 안갯속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 위원장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대신 1시간 반의 강연 시간을 법 시행의 배경과 당위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참석자들이 듣기에 한가하다고 느낄 만한 내용도 적지 않았다. 그는 “공짜 밥과 술, 사실 고백하자면 (제가) 제일 많이 먹지 않았겠습니까”라며 문제가 될 만큼 얻어먹지 않아 공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농담조의 얘기까지 했다.

뜬금없는 ‘궤변’에 일부 참석자 사이에서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성 위원장은 금품 수수나 향응에 대한 배우자의 신고 의무 조항에 대해 “일부에선 김영란법을 가정파괴법이라고 비난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가정소통원활법, 부부관계촉진법”이라며 “누구와 어디 가서 뭐 먹었는지 등을 캐묻다 보면 부부간의 대화가 넓어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인들이 애타게 기다린 질의응답(Q&A) 시간은 아예 생략됐다. 상세한 내용을 언급하기에는 시간도 부족하고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간담회라기보다는 강연회에 가까웠다. 구체적인 고민사항이 해결되기를 기대했던 기업인들은 허탈한 표정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한 참석자는 “간담회에 와보니 얼마나 안이한 상태로 법 시행에 들어가는지 새삼 느껴졌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법 시행으로 바뀔 경영환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치밀하게 실무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주무기관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않아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정민지·산업부 jmj@donga.com
#김영란법#부부관계촉진법#궤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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