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길진균]사드 논란 자초했던 정세균 의장의 訪美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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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회의장(가운데)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함께 1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의장의 외국 방문에 여야 
원내대표가 동행하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앞줄 왼쪽부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정 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세균 국회의장(가운데)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함께 12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을 나서고 있다. 국회의장의 외국 방문에 여야 원내대표가 동행하는 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앞줄 왼쪽부터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 정 의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 인천=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길진균·정치부
길진균·정치부
정세균 국회의장이 12일 미국으로 출국했다. 취임 후 첫 외국 방문이다. 이번 6박 8일간의 방미(訪美)에는 헌정 사상 최초로 여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들이 동행한다. 정 의장과 새누리당 정진석,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동행은 지난달 중순 서울 여의도에서 가진 첫 비공개 만찬에서 전격 결정됐다고 한다. 정 의장이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한국 의회의 단합된 모습을 미국 의회에 보여주자. 국익을 위해 외교 활동만큼은 협력하자”고 제안했고 원내대표들은 흔쾌히 수용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및 동북아 위기가 고조됐다. 정 의장 일행은 예정된 일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 미국 및 국제사회의 주요 인사와의 만남이 약속돼 있기 때문이다. ‘북핵 문제’가 주요 이슈다. 정 의장 측은 이번 방문의 목적을 “5차 핵실험 이후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를 논의하고, 굳건한 한미 관계 구축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느 국회의장의 외국 방문 때보다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13일(현지 시간) 워싱턴에서 만날 라이언 의장은 차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 꼽힐 만큼 당내 영향력이 크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 공화당 매파의 기조를 파악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 또 미국 대외 정책에 영향력을 미치는 주요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외교협회(CFR), 브루킹스연구소의 한반도 전문가들도 만난다.

다만 이번 방미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국민 세금으로 외유를 다녀온 것 아니냐’는 비판을 경계해야 한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두고 개회사 논란을 일으킨 정 의장과 사드 배치에 찬반이 엇갈리는 여야 원내대표들이 미국 인사들을 만나 자기주장을 고집해선 안 될 일이다. 정 의장과 원내대표들이 ‘국익을 위하자’고 합의했던 것처럼 이번 방미에서 북핵 문제 해결과 한미 동맹의 미래에 대해 건설적인 논의의 결과물을 도출해야 한다. 또 여소야대 상황에서 협치의 신뢰를 쌓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 추석 명절까지 제쳐두고 간 미국행 아닌가.

길진균·정치부 leon@donga.com
#정세균#방미#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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