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용휘]갈등만 더 키운 ‘시장직 걸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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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공항 후폭풍]

조용휘·사회부
조용휘·사회부
“가덕도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걸겠습니다.”

2014년 2월 26일 당시 새누리당 서병수 의원이 부산 가덕도 새바지항에서 부산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천명한 말이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4일 그는 부산시장에 당선됐다. 이후에도 서 시장은 기회 있을 때마다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최근까지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런 걸 제대로 관철하지 못하는 시장이라면 어떻게 시장직을 수행할 수 있겠느냐”며 변치 않는 의지를 보였다. 용역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20일에는 국회를 찾아가 “가덕도가 탈락할 경우 시장직에서 사퇴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다졌다.

그러나 21일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결과가 발표되자 서 시장의 ‘결연한 의지’는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됐다. 신공항 갈등이 불거진 가장 큰 원인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발언과 행동 탓이다. 특히 시장직까지 내건 서 시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파장이 큰 대형 국책사업 유치에 자치단체장이 자리까지 걸고 뛰어든 건 지역 이기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유치 성공도 실패도 아닌 어정쩡한 결과 앞에서 서 시장의 선택지는 많지 않다. 그는 일단 자신의 거취에 대해 “용역이 공정하게 이뤄졌는지 살핀 후 입장을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물론 시장직 사퇴도 선택지 중 하나다. 그러나 자리를 내던져 봤자 부산지역과 정치권에 더 큰 혼란이 올 것은 자명하다. 보궐선거 실시 등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만만찮다. 2009년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사퇴한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 2011년 무상급식 문제로 사퇴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사례가 준 교훈이다.

경남 밀양을 지지했던 김기현 울산시장은 “이런 문제로 자치단체장이 자리를 거는 건 주민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제 김해공항 확장에 힘을 보태자”고 제안했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정치인들이 자기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갈등을 유발하는 건 옳지 않다. 신뢰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말했다.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풀 수 있는 사람은 결국 서 시장이다. 결연한 의지가 부메랑이 됐지만 지금부터 그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어정쩡한 봉합이나 정치의 구태(舊態)를 답습해서는 안 된다. 갈등 수습에 발 벗고 나서는 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4선 관록의 정치인으로서, 책임 있는 부산시장으로서 ‘김해 신공항’의 성공을 위해 지혜를 모으고 전심전력해야 한다. 필요하면 밀양을 지지했던 단체장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것이 부산과 영남권을 넘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더 큰 정치인으로 거듭나는 길이다.

만약 서 시장이 21일 기자회견에서 “안전하고 24시간 운영이 가능한 공항, 제2허브공항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처럼 여전히 가덕도 신공항에 미련을 둔 채 주저한다면 다른 선택은 없다. 그의 말대로 사퇴해야 한다.

조용휘·사회부 silent@donga.com
#가덕도#신공항#김해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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