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현석]환경부, 페브리즈 쓰라는건지 안된다는건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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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석·정책사회부
임현석·정책사회부
이 물질의 치사량은 10g 정도다.

화학물질안전관리요령(ICSC)에 따르면 이 물질을 섭취하면 두통과 현기증, 복부 경련, 메스꺼움과 구토, 경련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만질 때에는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하고 피부에 닿았다면 샤워를 해야 한다. 눈에 들어가면 물로 씻어낸 뒤 의사에게 가야 한다. 직접 흡입? 안 된다. 먹었다면? 구토를 유도하라고 지시하고 있다.

이 위험한 물질의 이름은 ‘카페인’이다. 무시무시한 경고지만 카페인이 들어있는 커피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없다. 치사량 수준인 하루에 100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없고 코로도 흡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독성이 있어도 적절한 사용법과 사용량을 지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비극은 한심한 정부가 이를 가습기 닦는 용도로 사용법을 잘못 이해해 벌어진 문제다.

핵심은 사용법과 농도다. 정부는 유해성 논란이 일어나는 제품의 올바른 사용법과 적정 농도를 제시하며 국민에게 정확한 내용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최근 탈취제 ‘페브리즈’를 둘러싼 위해성 논란을 보면 환경부가 이와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페브리즈를 수입 판매하는 한국P&G에서 해당 제품의 전 성분을 받아 분석한 환경부는 “대체로 위해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지만 독성검사를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논란이 된 디데실디메틸암모늄클로라이드(DDAC)에 대해선 “호흡기에 다소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나 위해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이 말을 들은 소비자는 페브리즈를 써도 된다는 것인지, 안 쓰는 게 좋다는 것인지 혼란스럽다. 탈취제는 환경부가 정한 15종 위해우려제품에 포함되는 만큼 이미 검증을 마친 제품이지만 정부도 확신이 없는 표정이다.

환경부는 페브리즈의 DDAC 농도가 미국 정부가 허용한 기준치(0.33% 이하)보다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미국 기준이라며 우리 기준은 별도로 마련 중이라고 해 논란을 더 키웠다.

제대로 된 정부라면 분무형 탈취제를 썼을 때 흡입 가능성이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그래서 적정 사용량은 어떻게 보는지 따져가며 설명해야 한다. 하다못해 사용 방법이 문제라면 분무기를 아래로 향해서 뿌리든 고체형으로 만들든 대안을 찾을 것 아닌가. 호흡기에 문제라면 피부에는 괜찮다는 것인가? 환경부는 결국 전문가가 밝혀낼 일이라며 물러섰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다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칠 생각인지 의문이다.

임현석 정책사회부 lhs@donga.com
#환경부#페브리즈#임현석#정책사회부#dd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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