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더민주/민동용]김종인 없었으면 과반?… 더민주 ‘오만의 싹’ 우려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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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4·13표심/야당]

민동용·정치부
민동용·정치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17일 자신의 트위터에 “사심(私心)공천 전횡을 휘두른 5인방을 조만간 공개하겠다. 사심 없는 시스템공천 하고 비례공천 파동 없이 문재인의 호남 방문을 훼방 놓지 않았다면 더민주가 과반 의석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썼다. 4·13총선에서 공천 배제된 정 의원이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당시 공천에 관여한 일부 인사를 향해 ‘사심이 들어갔다’고 비판한 것이다. 이에 앞서 유시민 전 의원은 “정청래 컷오프에 개입한 사람은 박영선과 이철희”라고 주장한 바 있다.

원내 제1당이 된 더민주당에서는 정 의원의 발언에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 많았다. 한 당선자는 “정말 웃긴 사람이다. 선거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내부에다 총질을 하려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더민주당이 예뻐서 찍어준 게 아니라 여당이 잘못하니까 야당에 표를 줬다는 사실을 벌써 망각한 것 아니겠느냐”는 탄식도 나왔다.

민병두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번 선거는 더 오만한 ‘놈’을 심판한 선거”라고 규정했다. 민 의원은 “호남에서는 더 오만한 더민주당을, 수도권에서는 더 오만한 새누리당을 유권자가 심판했다”며 “국회권력을 쥐었다고 오만한 행태 보이지 말고, 경제적으로 유능한 수권정당으로서의 안정감을 보이라고 더민주당에 요구한 것”이라고 선거 결과를 풀이했다.

더민주당이 제1당으로서 책임 있는 태도를 보여주려면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당내에서 가장 먼저 꼽는 게 계파 갈등이다. 19대 국회 내내 계속된 친노(친노무현) 대 비노(비노무현) 간 싸움으로 결국은 당이 쪼개졌다. 총선 결과 친문(친문재인) 세력이 주축이 된 친노 진영은 의원 수의 절반 안팎을 차지했다. 선거 전까지는 김 대표의 ‘우(右)클릭’ 행보에 입을 다물었던 이들과 ‘86 운동권 그룹’이 목소리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정체성은 선명성과 한 묶음이다. 선명성을 강조하려는 강경파와 이에 맞서는 온건파 간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

당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2004년 총선에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에 힘입어 제1당이 된 열린우리당 때와 비교한다. 한 중진 의원은 “그때처럼 ‘탄돌이’(탄핵 바람으로 당선된 초선 108명)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까딱 잘못하면 당시의 우를 되풀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정체성, 계파, 선명성을 강조하던 ‘탄돌이’들은 민생과 큰 상관없는 4대 입법에 매달리다 허송세월을 했다. 당시 한 초선 의원은 “군기 잡겠다는 의원들 귀를 물어뜯어 버리겠다”고 했다. 그 후 열린우리당은 대선을 비롯한 모든 선거에서 졌다.

민동용 정치부 mindy@donga.com
#야당#민동용#김종인#더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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