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길진균]‘올드 親盧’ 쳐낸 김종인, 親文세력은 거의 손 안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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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심한 공천’ 여야 4인]

길진균·정치부
길진균·정치부
16일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당에 온 지 60일이 넘었다. 그 사이 계파 갈등과 리더십 부재로 절망에 허우적거리던 더민주당은 다소 안정을 되찾았다. 비상상황에 등장해 비상대권을 거머쥐었다고 해도 그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에 야권 지지층이 환호하는 모순적인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김종인 신드롬’이라는 말까지 나오지만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청산과 운동권 정당문화 극복을 얘기했던 김 대표의 공천 성적표는 자신의 호언만큼은 아닌 듯하다.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가 ‘심어 놓은’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컷오프) 룰을 통해 문희상 유인태 의원을, 그리고 자신의 ‘정무적 판단’으로 이해찬 의원을 탈락시켰다. 또 정세균계이면서 범친노로 분류되는 전병헌 강기정 오영식 의원 등 중진을 배제했다. 눈에 띄는 성과로 볼 수도 있지만 대상자들은 대부분 올드 친노나 방계 친노쯤 되는 인사이다. 핵심 친문(친문재인) 의원들은 대부분 공천 관문을 통과했다. 공천탈락자의 재심 신청을 단칼에 기각했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딸의 취업청탁 전화 논란으로 컷오프 됐던 윤후덕 의원을 구제했다. 윤 의원 역시 친문이다.

이해찬 의원은 이날 세종시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당한 자의적 결정으로 정당한 사유 없이 탈락시키는 것은 선거에 악재가 될 것”이라며 “김 대표의 정략적 결정을 용납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무슨 목표를 갖고 이 당에 온 게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이날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도 “이번 총선에서 현재 의석인 107석을 얻지 못하면 당을 떠나겠다”고 했다. 이런 욕심 없어 보이는 듯한 태도는 당내 반발을 무마하는 데 큰 무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야권 관계자는 “올드 친노는 구심점이 없기 때문에 날려도 큰 부담이 없지만 친문 진영에 손을 댔다간 조직적 저항에 부딪힐 우려가 있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내부 저항에 부닥쳐 당을 떠나서는 안 되는 다른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 대표가 이날 “킹메이커는 지난 대선을 끝으로 더 이상 안 하겠다고 결심했다”고 한 것도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자신이 킹메이커가 아니라 킹이 되겠다는 뜻으로도 들린다. 실제 그는 “대선 후보가 될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질문에 답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만 했다.

길진균·정치부 leon@donga.com
#친노#친문#김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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