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종엽]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알 일을…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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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엽·문화부
조종엽·문화부
지금 광화문에 걸린 현판은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光化門(광화문)’이 쓰여 있다. 그러나 1865년 경복궁 중건 당시 광화문 현판은 그와 반대로 바탕이 검은색, 글씨는 흰색 등 밝은색이었다. 본보와 채널A가 단독 보도한 미국 스미스소니언박물관의 광화문 사진(1893년 이전 촬영)을 보면 분명히 드러난다.

광화문 현판은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문화재청은 2005년 광화문을 원형 복원한다면서 당시 한글 현판을 뜬금없이 조선 정조의 글씨를 집자해 바꾸려다가 반발에 부닥쳤다. 결국 대원군의 경복궁 중건 당시 현판 글씨체로 2010년 복원했다. 그러나 현판은 복원 석 달도 안돼 균열이 발견됐고, 이를 다시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글씨와 규격을 둘러싼 논란이 지속됐다.

문화재청은 이처럼 현판과 관련해 여러 논쟁과 사건을 겪었는데도 기본적인 현판 색깔 고증에 실패했다. 본보 보도 뒤 문화재청은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사진의 존재를 몰랐다”며 “자문위원들에게 조언을 구하겠다”고 했다.

문화재 복원은 정확한 고증이 ‘생명’이다. 기자는 검색을 통해 스미스소니언 자료와 동일한 사진이 2009년 한 중국 웹사이트에 올라온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어로 된 이 게시물 제목은 ‘100년 전의 조선 사진’. 문화재청이 2010년 광화문 복원 전 이른바 ‘구글링’만 했어도 현판 바탕색이 검은 광화문 사진을 찾는 것이 가능했다는 얘기다.

스미스소니언박물관 사진을 찾은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2014년 책까지 내며 현판 문제를 지적했다. 하지만 문화재청은 같은 해 “다방면의 신중한 검토 결과 흰색 바탕의 검은색 글씨임을 재차 확인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도쿄대 소장 사진을 분석해 내놓은 결론이지만 이번 사진 발견으로 섣불렀다는 게 드러났다.

문화재 복원 전통이 깊은 나라들에서는 무너진 건물 등 훼손 문화재 복원 시 고증과 실제 작업에 10년씩 투자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반면 우리는 광화문 복원을 2006년 12월부터 2010년 8월까지 3년여 만에 해치웠다. 광화문 현판의 바탕색을 흰색으로 정한 것은 2010년 7월 1일 문화재위 소위원회지만, 당시 위원회 의결서를 보면 그렇게 정한 근거마저 안 나와 있다.

광화문은 서울의 얼굴이고, 현판은 그 눈동자라고 할 수 있다. 현판 색이 바뀌었다면 초상화에서 검은 눈동자를 하얀색으로 칠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복원을 위한 작업에 나서야 할 때다.

조종엽·문화부 jjj@donga.com
#문화재#복원#고증#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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