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희윤]대만국기 쥐여주고 뒤로 쏙 빠진 MBC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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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문화부
임희윤·문화부
“이상해요. 국기를 손에 쥐여준 방송 제작진은 어디 간 거죠?”(A연예기획사 이사)

“JYP가 대신 맞아주고 있는데 MBC가 얼굴 내놓겠어요?”(B가요기획사 대표)

19일 가요계와 방송계에 따르면 여성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17)가 대만 국기를 흔든 지난해 11월 22일 MBC TV ‘마이리틀텔레비전’ 사전 인터넷 생중계 촬영 현장에서 대만 국기를 준비해 쯔위에게 건넨 것은 방송 제작진이었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은 촬영장에는 관례상 트와이스의 매니저도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JYP와 쯔위가 3개국의 누리꾼이나 정치권의 심판대에 오른 요 며칠간 국기의 ‘출처’는 태풍의 눈처럼 침묵에 싸여 있다.

국제적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인 만큼 공영방송 MBC의 입장 표명이 어려웠을 수는 있다. 그러나 ‘어려운’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다른 말이다. 섬세하지 못한 연출에 유감을 표할 매우 섬세한 화법을 찾는 게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MBC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는 더 있다. 자사 방송에서 불거진 일로 미성년자인 쯔위가 고개를 숙이는 동안 일언반구 없던 MBC가 사태가 진정되기도 전에 쯔위에게 요구한 것은 다시 방송 출연이었다. 쯔위는 15일 사과 동영상을 공개한 지 불과 3일 만에 방송에 다시 출연해야 했다. 그것도 ‘마이리틀텔레비전’이 방송되는 MBC의 ‘2016 아이돌 스타 육상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이하 ‘아육대’) 녹화(18일)를 통해서다.

이런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이 불거졌을 당시 날선 비판은 JYP와 쯔위에게만 집중됐다. JYP는 주가 하락, 광고 및 행사 계약 해지와 위약금 지급으로 불과 3, 4일 새 1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한 가요기획사 대표는 “방식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JYP의 대처가 그나마 한류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었던 중국 시장 냉각 움직임을 신속히 진화했다고 본다”고 했다.

MBC는 수많은 연예기획사, 연예인들과 함께 우리 문화 콘텐츠를 해외에 알리고 있다. 수십, 수백 명의 아이돌 가수는 매년 ‘아육대’를 비롯한 MBC 프로그램에 많지 않은 출연료를 받고도 앞다퉈 출연한다.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 MBC가 먼저 걸러내야 한다. 특히 인터넷 생중계는 전 세계의 더 많은 시청자에게 열린 채널이다. 본방송보다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대만과 중국 사이 불편한 관계의 상징이 된 쯔위는 ‘아육대’에서 아무 일도 없거나, 또는 아무 생각도 없는 것처럼 달려야 할 것이다.

임희윤·문화부 imi@donga.com
#mbc#대만#트와이스#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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