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고성호]무산될게 뻔한데… 혼란만 부른 鄭의장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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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돌고 돌아 지역구 253석?’

4일 정의화 국회의장은 바쁘게 움직였다. 자신이 제안한 현행 지역구 246석 기준안이 2일 무산된 상황에 대한 설명을 선거구획정위원장으로부터 들었다. 이어 여야 대표와 비공개 오찬 회동까지 했다. 정 의장이 지역구 246석 기준안의 직권상정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음을 인정한 셈이다.

이날 정 의장은 여야 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개인적으로 253석이 가장 적절하겠다고 생각해도 그렇게 주장하는 건 맞지 않다”면서도 “(여야 지도부에) 246석과 253석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의장이 ‘획정위에서 246석안을 못 만드는 것으로 됐으니 253석안으로 빨리 합의를 하라’는 취지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정 의장은 1일 0시부로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선거구 공백사태를 ‘비상사태’로 선포하면서 246석안을 제시했다. 획정안 제출 시한도 5일로 못 박았다.

그러나 246석 기준안은 애초에 수용할 수 없는 안이었다. 의원들 사이에선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2 대 1’ 결정에 따라 통폐합이 우려되는 농어촌 의원들을 제대로 배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미 여야는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정 의장이 246석을 고집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2일 선거구획정위 합의가 무산되자 선거구 획정에 총대를 멨던 정 의장은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다급해진 정 의장은 4일 획정위원장에게 회의 재소집을 긴급 요청했지만 획정위원들의 개인 일정 등으로 이날도 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결국 최대 피해자는 예비후보자들이었다. 정 의장이 제시한 자치 시군구 분할 금지 예외와 관련해 수도권 지역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자 가슴을 졸이며 밤잠을 설쳐야 했다. 정 의장이 본회의에서 처리되지도 못할 246석안을 공식 추진하면서 혼란만 부채질한 모양새가 됐다. 선거구 획정 지연 사태는 여야 지도부가 각자의 이익만 주장하면서 비롯된 것이지만 정 의장의 ‘성급한 판단’ 때문에 혼란을 가중시킨 건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고성호·정치부 sungho@donga.com
#정의화#지역구#235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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