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근형]메르스 문책 눈감은 ‘문형표의 귀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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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근형·정책사회부
유근형·정책사회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한 달째 공석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지원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복지부 안팎에서는 국민연금 기금공사화라는 미션을 부여받은 문 전 장관이 사실상 내정된 가운데, 형식적인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국민연금 수장으로서의 적격 여부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문 장관의 행보에는 이해하기 힘든 점이 많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당시 현장 공무원들의 잘잘못을 따지는 작업이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감사원의 메르스 감사 결과가 24일경 발표될 예정이다. 질병관리본부장,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국장급 인사 3명을 포함해 10여 명이 중징계(해임, 정직, 감봉)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메르스가 본격 확산된 6월 이후에 수습 차원에서 뒤늦게 차출된 인력, 권한이 비교적 적은 비정규직 조사관도 징계가 예고된 상황이다. 선원들은 무더기 징계를 받는 상황에서 선장만 금의환향(錦衣還鄕)하는 이상한 인사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복지부 핵심 관계자는 “화재 현장에서 진화 작업에 뛰어든 사람들은 징계를 앞두고 있는데, 가장 책임이 무거운 소방청장은 현직에 복귀하는 건 난센스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상한 인사가 현실화될 경우 위기 상황에서 방역 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될지도 걱정거리다. 현재 메르스 발생국에서 하루 평균 1500명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고, 의심환자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신종 감염병은 화재처럼 언제든 다시 발생할 것이고 사망자가 나오는 일도 재연될 수 있다. 누군가는 현장에 투입돼 방역 전선을 지켜야 할 상황이 반드시 온다는 의미다. 하지만 방역 책임자는 살아남고, 현장을 지킨 공무원들은 해를 입는다면 누가 사명감을 갖고 현장에 뛰어들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장 방역 인사들의 실책이 드러나 징계를 받는 과정이라면, 그 수장이던 문 전 장관도 자중하는 것이 도리다.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 분노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악수(惡手)를 정부도 그만 거두는 게 순리다.

유근형·정책사회부 noel@donga.com
#메르스#문형표#보건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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