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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면역[횡설수설/구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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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면역[횡설수설/구자룡]

구자룡 논설위원 입력 2020-03-20 03:00수정 2020-03-2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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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감염성 질환이 그렇듯 코로나19도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의 치사율이 높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면역 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코로나19는 아직 치료약도 백신도 없어 인체 면역이 최후의 방패다.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제품 판매가 늘고 운동과 균형 있는 영양 섭취, 7시간 이상의 충분한 수면이 도움을 준다는 등의 조언이 넘쳐난다. 그런데 코로나19는 나이가 젊고 질환이 없어도 안심할 수 없는 특징도 나타나 또 다른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14일 21세의 건강한 남성 축구팀 코치가 코로나19 확진을 받고 사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조사에 따르면 최근 한 달여간 환자 4226명 중 705명(16.7%)이 20∼44세였고 140여 명은 입원했다. 중국에서는 감염 후 중증이 된 환자의 41%가 50세 미만이었다. 의료계는 이를 ‘과(過)면역’ 반응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면역체계가 대응하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정상 조직을 손상시키는 것이다.

▷면역력이 강해서 나타나는 부작용의 극단적인 현상이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이다. 사이토카인은 외부 병원체가 들어오면 면역체계에 적색경고 신호를 보내는 신호전달 물질이다. 그런데 실제 위험보다 월등히 많이 ‘폭풍’처럼 쏟아져 나오면 문제가 된다. 면역체계가 바이러스만 ‘정밀타격’하지 않고 ‘숙주(host)’까지 융단폭격한다. 20세기 초 스페인독감으로 사망한 5000여만 명 중 70% 이상이 25∼35세의 젊은이인 것도 ‘사이토카인 폭풍’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성인은 오랜 세월 온갖 바이러스와 산전수전 겪어 낯선 병원체가 들어오면 민감하고 격렬하게 반응해 과면역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 반면 영유아 등 미성년자는 코로나19에 감염돼도 증세가 심하지 않고 중증으로 악화되는 경우도 적다. 이는 면역력이 약해서 ‘면역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라고 한다. 19일 현재 국내 20세 미만 환자는 535명(6.2%)으로 중증은 없다. 18일 대구에서 급성폐렴으로 사망한 17세 청소년도 ‘사이토카인 폭풍’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코로나19는 음성으로 판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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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사스나 메르스 바이러스와 유전자가 유사하지만 다른 점도 많다. 무증상 감염, 완치 후 재발, 들쭉날쭉한 잠복기 등 변형된 특질이 방역에 혼선을 주고 있다. 게다가 인체 면역력이 강하다고 해도 안전하지 않거나, 예외적이긴 하지만 오히려 탈이 되게 할 수도 있는 별종 바이러스는 아닌지 우려가 가시지 않는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코로나19#과면역#사이토카인 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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