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솅겐조약 위기[횡설수설/송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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솅겐조약 위기[횡설수설/송평인]

송평인 논설위원 입력 2020-03-17 03:00수정 2020-03-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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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을 여행할 때 유럽이 하나로 느껴지는 순간은 유로화를 사용할 때와 유럽 내에서 국경을 통과할 때다. 유로화를 사용하다가 유로존 국가가 아닌 스위스만 가도 스위스프랑으로 환전해야 하는 불편이 크다. 솅겐조약국 사이에서는 통상 여권 검사도 세관 신고도 하지 않는다. 영국은 ‘브렉시트’ 전부터도 솅겐조약에 가입하지 않아 유럽 대륙에서 영국으로 건너갈 때는 출입국 절차를 따로 밟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끼어 있는 룩셈부르크에는 솅겐이란 마을이 있다. 이 마을에서 1985년 솅겐조약이 체결됐다. 이미 룩셈부르크 벨기에 네덜란드는 베네룩스 조약으로 국경 통제를 철폐한 상태였다.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베네룩스 국가를 대표한 룩셈부르크가 모여 5개국의 국경 통제를 철폐하기로 한 것이 솅겐조약이다. 1999년 암스테르담 조약에 의해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유럽연합(EU) 국가는 솅겐조약 가입이 의무화됐다. 현재 26개 유럽 국가가 가입해 있으며 약 4억 명이 적용을 받고 있다.

▷유럽은 솅겐조약 때문에 이탈리아인이 다른 국가로 가거나 다른 국가 주민이 이탈리아로 가는 것을 통제하기 어렵다. 그것이 이탈리아에서 급속히 퍼진 코로나19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된 주된 이유다. 이제 유럽 전역에 코로나19 방역 비상이 걸리면서 하나의 유럽이 국경선을 따라 거울에 금 가듯 쩍쩍 갈라지고 있다. 아예 국경을 폐쇄한 나라도 있고 물자 이동은 그대로 두되 인접 국가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의 통행만을 허용해 인적 이동을 최소화한 나라도 있다.


▷솅겐조약의 위기는 유럽 각국이 정치적으로는 독립국이면서 독자적인 국경 통제권을 포기했기 때문에 발생한 유럽만의 특이한 문제다. 과거 유로존 채무 위기도 비슷하다. 그리스 등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가들이 유로존 국가가 되면서 흥청망청 돈을 빌려 쓰다가 채무에 허덕이게 됐으나 자국의 화폐를 유로화로 바꾸는 순간 환율 통제권을 상실했기 때문에 자국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위기에서 벗어나는 길이 막혀버려 채무 위기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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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에서는 전국 봉쇄 조치로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자 국민들이 발코니에 나와 연주하는 ‘발코니 콘서트’라는 새 풍속이 생겼다. 인생을 즐기는 낙천적인 국민다운 반응이지만 그들이 주로 합창하는 국가(國歌)는 “죽을 준비가 돼 있다. 함께 뭉치자”는 등 그 내용이 자못 비장하다. 하나의 유럽을 지향하지만 위기는 국가 단위로 먼저 느낀다. 이번 위기는 임시적인 것이겠지만 유사한 위기에 대비해 솅겐조약을 유연화할 새로운 숙제가 유럽에 주어졌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솅겐조약#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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