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협받는 올림픽[횡설수설/김영식]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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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페이지는 미국 육상 800m의 간판 선수였다.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당시 나이는 23세. 2년간 체계적 훈련 덕에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했다. 하지만 미국의 올림픽 보이콧으로 금메달의 꿈이 날아갔고 트랙에서 펑펑 울었다. 4년 뒤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선 예선 탈락했다. 운동선수의 전성기는 길지 않은데, 올림픽이 그걸 비켜간 것이다.

▷코로나19가 7월 개막 예정인 도쿄 올림픽에 영향을 미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지금쯤 한창 예선을 치러야 하지만 취소 또는 일정 조정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카자흐스탄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는 연기됐고, 복싱 지역 예선은 중국 우한 대신 요르단 암만으로 장소를 바꿔 진행됐다. 이젠 감염국이 늘어 정상적인 예선 진행을 장담하기조차 어렵다.

▷‘암벽 여제’ 김자인 선수는 스포츠클라이밍 아시아선수권대회 무산으로 올림픽 출전 기회를 잃었다. 국제스포츠클라이밍협회가 본선 출전자를 정할 이 대회를 못 하게 되자 지난해 8월 세계선수권대회 성적으로 다른 출전자를 결정해 버렸기 때문이다. 월드컵 29회 우승의 실력에도 불구하고 올림픽과의 인연은 없다고 한탄하기엔 너무도 안타까운 일이다. 이처럼 예선전을 못하면 각 종목 국제단체들이 별도의 선발 기준으로 출전 선수를 정할 수 있는데, 예선 일정에 맞춰 땀 흘린 숱한 젊은이들이 좌절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이미 전 세계 스포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관중 경기를 치르던 여자프로농구가 어제 리그를 중단했다. 이로써 국내 4대 프로스포츠인 야구 축구 농구 배구가 모두 멈춰 섰다. 초유의 전국 봉쇄령을 내린 이탈리아는 모든 스포츠 경기를 중단시켰다. 영국 정부는 프로축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 무관중 경기 또는 중단을 제안했다. 티켓 환불 등에 따른 수익 감소는 한 달에 1억 파운드(약 1563억 원)로 추산된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정상 개최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근대 올림픽 대회 취소는 제1, 2차 세계대전 때만 있었다. 감염병 때문에 취소된 사례는 없다. 올림픽 무산 시 일본의 경제 손실이 2조6000억 엔(약 30조 원)일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니 올림픽 얘기만 나오면 일본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플랜B도 거론된다. 일본 올림픽담당장관은 2020년 안에 연기가 가능하다고 했다. 무관중 대회도 언급된다. 5월 말에는 개최 여부를 정하겠다지만 상황은 꼬이고 있다. 성화 봉송도 무관중으로 축소한다니 ‘정상적’ 개최는 이미 멀어진 듯하다. 일생에 단 한 번일지 모르는 올림픽에 젊음을 던진 선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김영식 논설위원 spear@donga.com
#코로나19#올림픽#무관중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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