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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남매의 亂[횡설수설/우경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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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남매의 亂[횡설수설/우경임]

우경임 논설위원 입력 2019-12-25 03:00수정 2019-12-25 0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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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서 휴가를 나오는 장병들이 외국 비행기를 타야 하는데, 장병들 사기도 문제려니와 외화가 낭비되고 있다.” 1968년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고(故) 조중훈 한진그룹 회장을 청와대로 따로 불러 빚더미에 오른 공기업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해 달라고 부탁했다. 앞서 공매에서 응찰자가 없을 정도로 부실기업이었다. 조 회장은 사실상 강제로 떠안은 공사를 ‘대한항공’으로 이름을 바꾸고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민간항공사가 ‘大韓’항공을 운영하게 된 데에는 이런 사연이 있다.

▷대한항공을 거느린 한진(韓進)그룹은 1945년 조중훈 회장이 트럭 한 대로 시작한 운수회사에서 태동했다. ‘한진’의 뜻 자체가 나라의 발전을 위한다는 ‘한민족의 전진’이다. 그 이름대로 한진해운(지금은 파산했지만)은 바닷길을, 대한항공은 하늘길을 개척해 왔다. 아들인 고 조양호 회장은 대한항공을 세계적인 항공사로 키워냈고 평창올림픽 유치에도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한국 기업이 압축 성장하면서 공(功)만큼 과(過)도 있기 마련일 테지만, 한진이 수송보국(輸送報國)을 이뤄낸 것은 사실이다. 이런 기업이 3세에 이르러 ‘국민 밉상’이 됐다.

▷장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 회항’, 차녀 조현민 한진칼 전무는 ‘물컵 갑질’, 어머니 이명희 씨는 ‘사택 갑질’로 연일 뉴스를 장식했다. 장남 조원태 한진그룹 현 회장 역시 폭행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다. 한동안 조용했던 한진 일가가 다시 소란하다. 이번에는 누나와 동생이 경영권 다툼을 벌일 모양이다. 4월 조양호 전 회장 별세 이후 취임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상대로 누나 조 전 부사장이 ‘공동 경영하라는 유훈과 다르다’며 공식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조 전 부사장은 경영 복귀가 무산되면서 6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까지 막막해졌다. 그러면서 남매간 갈등을 숨길 수 없는 지경이 됐다.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 지분은 3남매와 어머니가 6% 안팎씩 고루 나눠 갖고 있다. 이들이 뜻을 같이하면 최대 주주지만 그렇지 않으면 사모펀드 KCGI(17.29%), 델타항공(10%)보다 적어 경영권이 위협받는다. 우리 기업사에서 경영권 다툼이 낯선 장면은 아니다. 이미 여러 기업에서 피도 눈물도 없는 형제의 난이 벌어졌다. 그런데 국민들의 시선은 한진 남매의 다툼에 유독 싸늘하다. 항공업계 불황에다 한진 일가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대한항공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수년간 갑질 논란으로 조부와 부친이 힘들게 키워온 회사를 만신창이로 만들고 그 와중에 부친이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도 정신을 못 차린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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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한진그룹#한진칼 지분#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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