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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일 귀국[횡설수설/이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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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평일 귀국[횡설수설/이철희]

이철희 논설위원 입력 2019-11-06 03:00수정 2019-1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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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0cm가량의 당당한 체격에 아버지와 꼭 닮은 용모, 그래서 아버지는 늘 ‘장군감’이라며 자랑했다. 그러니 주변에선 그가 둘째 부인의 아들임에도 아버지를 이을 후계자가 될 것이라 했고, 친모도 그를 위해 적장자와의 권력투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한번 권력에서 밀려나면 끝도 없는 추락뿐…. 김정일의 이복동생이자 김정은의 삼촌인 김평일 체코 주재 북한대사(65)가 겪은 삶이다. 그는 1981년 유고슬라비아 대사관 무관보로 사실상 추방된 이래 헝가리 불가리아 핀란드 폴란드 등 해외를 전전하고 있다.

▷김평일은 어려서부터 주변의 기대를 받았다. 당 고위 간부 자제들이 다니는 남산중 재학 시절 각종 스포츠에도 만능이어서 인기가 많았고, 온화한 성격에 사람을 끄는 매력도 있었다고 탈북 관료들은 전한다. 김일성종합대를 다니다 인민군 상좌로 입대했고 엘리트 군인 코스인 김일성군사종합대에 진학했다. 자연스레 그를 아끼는 간부들이 생겼고, 김일성도 평소 “당은 정일이에게, 군은 평일이에게 맡길까 한다”고 했다고 한다.

▷이런 이복동생이 김정일에겐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이미 후계자로 등극하고도 열세 살 아래 동생에 대한 질투심과 열등감에서 자유롭지 않았으리라. 특히 일부 군 원로마저 김평일을 싸고도는 것을 두고 볼 수는 없었다. 김평일 친구들이 술김에 “김평일 만세”를 부른 사건을 계기로 김정일은 ‘곁가지 청소’에 들어갔다. 김평일의 동기생 등 주변 인물들은 모조리 수용소로 끌려갔고, 우연히 김평일을 만나거나 함께 사진 찍은 사람까지 처벌당했다.


▷김평일의 해외 생활은 사실상 유배(流配), 그것도 중죄인을 울타리 안에 가두는 위리안치(圍籬安置) 못지않은 격리조치였다. 대사관 직원들마저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직원들로서도 대사와 얼굴만 마주쳐도 공연한 오해를 살 수 있고 그 어떤 사소한 접촉도 일일이 보고해야 해서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래서 외교 행사로 파티라도 열리면 아무도 김평일 근처에 가고 싶어 하지 않아 그 주위에는 늘 1m의 공백이 생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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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불귀의 객’ 신세를 면치 못할 것 같던 김평일이 조만간 귀국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국가정보원이 4일 밝혔다. 그의 귀국이 귀양살이 해제는 아닐 것이다.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재작년 암살당한 뒤 다음 표적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던 김평일이다. 차라리 곁에 두고 감시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정통성 강화를 위한 화합의 리더십 선전용일 수도 있다. 김평일은 귀국해서도 ‘투명인간’으로 지낼 수밖에 없다. 김정은 뒤편에 병풍 같은 소품으로 깜짝 등장할지도 모르지만.

이철희 논설위원 klimt@donga.com
#김평일#김정일#이복동생#김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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