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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해외유학파[횡설수설/구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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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해외유학파[횡설수설/구자룡]

구자룡 논설위원 입력 2019-09-06 03:00수정 2019-09-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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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은(Park Un)’ ‘조제프 박(Josef Pwag)’.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열세 살 때인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스위스 베른에서 공립초등학교와 중학교 등을 다니며 유학할 때 썼던 두 개의 위조여권 이름이다. ‘박 은’은 1991년 제네바 북한 유엔대표부 직원으로 등록된 이름이고, ‘조제프’는 위조 브라질 여권의 포르투갈식 이름이다. 감수성이 예민할 때인 10대 중반 4년간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거주하면서 위조여권과 외교관 신분으로 유럽 각지를 무비자로 다니며 자유로운 체제를 충분히 경험했을 것이다.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이복형 김정남, 사촌 이한영 등도 러시아와 스위스에서 유학했다. 이한영의 수기에 있는 호화 유학생활을 보면 다른 로열패밀리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폐쇄된 북한 ‘김씨 왕조’ 자녀들은 모두 유학파다. 부인 이설주 역시 6개월 단기지만 베이징의 음악학교에서 성악을 공부했다.

▷김일성은 1950년대와 1960년대 옛 소련과 동유럽에 많은 유학생을 보냈다. 외무성 부상 최선희가 1974년 열두 살에 ‘소년 유학생’으로 선발된 것처럼 고위층 자녀는 조기 유학도 적지 않았다. 핵개발도 소련 유학파 서상국이 주도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300여 명을 소련으로 보내 핵이론과 기술을 습득하게 했다. 김정일 시대에는 유학생들이 사상이 흐려진다는 등의 이유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김정은이 최근 5년 만에 열린 전국교원대회에 참석해 “해외에서 유학한 사람을 충원해 교수 진영을 강화하라”며 유학파를 챙겼다. ‘정권 안보의 보검’으로 여기는 핵과 미사일 개발에 유학 인재가 필요한 것도 한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옛 소련 붕괴 이후 형제국이 줄어 유학을 보내지 못한 데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유학생 통제에도 미치고 있다. 스위스가 올해 의학 외의 과학기술 분야 협력을 중단했고 독일도 핵과 미사일 개발 관련 분야에는 북한 유학생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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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불량한 목적으로 활용하다 보니 유학도 제재를 당하고 있지만 중국만은 예외다. 핵실험이 이어지던 2009년에서 2015년 사이 중국 내 대학원에 온 북한 유학생이 354명에서 1086명으로 3배가량으로 늘었다. 배워가는 기술도 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전자기펄스(EMP) 등이라고 하니 심각한 제재의 구멍이다. 유학파 김정은이 청소년기에 체험한 개방된 사회가 아니라 더 닫힌 사회로 북한을 몰기 위해 유학파를 찾는 게 아니어야 할 텐데….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북한#해외유학#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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