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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도럴 스캔들’[횡설수설/서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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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도럴 스캔들’[횡설수설/서영아]

서영아 논설위원 입력 2019-08-31 03:00수정 2019-08-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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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0월 25일,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있는 골프 리조트 ‘트럼프 내셔널 도럴’을 찾았다. 선거일이 2주 앞으로 다가온 시점. 일각이라도 아껴 유권자를 찾아다녀야 했지만 그는 기자들 앞에서 생뚱맞게도 골프장 홍보를 했다. 다음 날에는 워싱턴에 새로 문을 연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개장식에 참석했다. 항간에서는 ‘대선에서 패색이 짙어진 그가 자기 사업이라도 홍보해 보려는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정작 트럼프는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부동산 재벌이던 그의 ‘비즈니스혼(魂)’은 전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 대통령이 된 뒤에도 심심찮게 발현됐다. 플로리다의 마러라고 리조트에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불러 정상회담을 가졌다. 비용은 모두 미 정부 예산으로 처리됐다. 본인 소유 리조트가 세계 16곳에서 영업 중이다 보니 미국민의 혈세를 꽂아주는 일도 ‘글로벌’하게 이어졌다. 6월 아일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 때도, 지난해 7월 영국 방문 때도 본인 소유 리조트에서 골프 여행을 즐기고 미 정부에 비용을 청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가 이런 식으로 번 돈만 최소 160만 달러(약 19억 원)라고 추산한다.

▷“마이애미 공항에서 5분 거리, 아름다운 방갈로를 국가별로 한 채씩 쓸 수 있어요.” 26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나온 트럼프의 발언은 호텔 영업맨을 방불케 했다. 내년 미국에서 주최하는 G7 회의를 자신의 도럴 골프 리조트에서 열자며 수많은 장점을 열거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직을 이용해 사적 이윤을 추구하는 행위”라는 비판이 미국은 물론이고 G7 회원국에서도 거세지고 있다. 이번 G7의 다른 의제들을 잡아먹은 리조트 파문은 ‘도럴 스캔들’이라 명명됐다. 미 민주당은 이 제안이 헌법의 ‘보수 조항(Emoluments Clause)’에 저촉된다며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보수 조항은 정부 관리가 의회의 승인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개인적인 이득을 취하는 것을 금지한다.

▷아무리 선진국이라도 권력자의 공사(公私) 혼동, 모럴해저드는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오가며 끊임없이 생겨난다. 일반인의 상식으로 볼 때 말도 안 되거나 부끄러워 숨고 싶어질 일들을 벌인 장본인이 막상 선거에서 가공할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2020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그것이 부이건 권력이건 명예이건, 너무 많은 것을 가진 자일수록 탐욕은 끝없이 커지더라는 점이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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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트럼프 내셔널 도럴#도럴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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