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ANG’의 퇴조[횡설수설/서영아]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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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때는 2007년. 그로부터 불과 수년 만에 스마트폰은 세상을 지배하는 도구가 됐다. 많은 이가 알람 소리에 일어나 다시 잠들 때까지 한시도 스마트폰을 놓지 못한다. 통신과 검색, 쇼핑, 게임 등 가히 현대인의 모든 생활이 스마트폰에 신세 지고 있다. 그 덕에 급성장한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등 선도적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머리글자를 따 ‘GAFA’라 불렸다. 요즘은 후발주자인 넷플릭스를 더해 ‘FAANG’이라고도 한다.

▷세상을 바꾸는 변화는 지나간 뒤에야 ‘그랬구나’라고 깨닫는 경우가 많다. 토머스 프리드먼은 저서 ‘늦게 와줘서 고마워(Thank you for being late)’에서 2007년을 세계 ‘기술의 변곡점’이라 정의했다. 그해에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나왔고 페이스북과 유튜브는 본격 서비스를 시작했다. IBM은 그해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을 만들기 시작했다. 빅데이터 분석의 틀이 시장에 등장한 것도 2007년이다. 이후 소셜미디어와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은 빛의 속도로 발전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FAANG의 주가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180% 올랐고 시가총액 톱5를 단골로 차지했다. 다만 일자리 창출 기업은 아니었다. ‘보상은 소수 일자리에만 집중되고 나머지는 그 부스러기 같은 일자리를 놓고 싸우게 된다.’(스콧 갤러웨이 ‘플랫폼 제국의 미래’)

▷미국 증시를 맹렬히 떠받쳐온 FAANG의 기세가 예전 같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들의 시가총액이 지난해 8월 고점(3조7000억 달러·약 4494조 원)을 찍은 뒤 급락해 1년간 504조 원이 줄었다고 최근 전했다. 미 증시 10년 호황이 끝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 유출 파문 탓에, 넷플릭스는 경쟁사 등장 등으로 이유는 제각각이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 중이다.

▷어느 시대건 최첨단을 달리는 ‘총아’는 있다. 1990년대에 ‘4대 기업’이라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시스코, 오라클이 꼽혔다. 1970년대에는 코카콜라, 질레트 등이 시장을 주도했다. 달이 차면 이지러지듯, 시대를 풍미한 그들은 차세대에게 자리를 내주고 뒷방으로 물러난다. FAANG도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일 터. 이번에는 그 바탕에 혁신에 대한 피로감이 깔려 있는 건 아닐까. 전술한 프리드먼 저서의 제목은 ‘(약속 상대가) 늦게 와준 덕분에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생겨 고맙다’는 뜻이다. 과속의 시대일수록 멈춰 서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서영아 논설위원 sya@donga.com
#gafa#fa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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