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구자룡]중월(中越)철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2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3800여 km 기차 여정의 마지막 구간은 중국-베트남 국제철도(중월철로)였다. 중월철로는 중국 광시좡(廣西壯)족자치구 난닝에서 베트남 하노이에 이르는 392km 구간으로 2009년부터 하루 한 편씩 정기 여객 열차가 다니고 있다. 난닝에서 오후 6시 5분에 타면 다음 날 오전 5시 45분 하노이에 도착하는 여정이다. 자정경 국경을 넘을 때 출입국 수속을 위해 두 차례 하차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불편은 있지만 ‘1000년 전쟁’의 역사를 가진 두 나라를 정기 열차 편으로 오갈 수 있는 것이다.

▷베트남 북부에 처음 철도를 부설한 것은 1904년 프랑스 식민 지배를 위해서였다. 산과 강이 많은 지형인 데다 운송 화물도 적어 “염소가 가는 곳이라면 철로도 부설한다”며 협궤(궤도 폭 1000mm)를 놓았다. 프랑스가 물러간 뒤 1955년 8월 베트남 동당과 중국 국경도시 핑샹 구간이 철도로 연결됐다. 중월철로 구간 중 핑샹에서 하노이까지는 복합 궤도다. 중국의 표준궤(1435mm)와 베트남의 협궤가 같이 깔려 열차를 바꾸지 않고 운행할 수 있다. 러시아 하산과 나진 구간이 복합 궤도인 것처럼 교류 의지를 담은 인프라다. 1960년대 중반 미군 폭격으로 베트남 철도가 부서지자 중국 공병대가 보수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1979년 2월 17일 새벽 중국 인민해방군이 베트남을 침공해 중월철로는 끊긴다. 덩샤오핑은 마오쩌둥의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사용하라(殺鷄焉用牛刀)’는 전략에 따라 20만 명 이상을 투입했고 상당수가 하노이로 가는 길목의 전략요충지 동당으로 집중돼 격전이 벌어졌다. 끊긴 중월철로는 1996년에야 부정기 운행이 재개됐다.

▷김정은은 26일 동당역에 도착해 벤츠 마이바흐 S600 승용차로 갈아타고 하노이로 갔다. 적대관계였던 중국과 베트남을 이어준 중월철로가 북한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를 향한 여정에도 기여할 수 있을까. 유엔이 1992년부터 추진하는 유럽과 아시아의 철도 연결 프로젝트인 ‘아시아 철도구상(TAR)’대로라면 장차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신의주와 핑샹을 거쳐 하노이 그리고 호찌민까지 가는 날도 올 것이다.
 
구자룡 논설위원 bonhong@donga.com
#김정은#베트남 하노이#북미 정상회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