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우경임]나쁜 아빠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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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세 아빠도, 73세 아빠도 있었다.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아빠들의 신상을 폭로하는 사이트 ‘Bad Fathers(나쁜 아빠들)’. 지난달부터 양육비 지급 판결에도 이를 외면한 나쁜 아빠 16명의 개인정보를 사진과 함께 공개하고 있다. 양육비 지급을 약속하면 명단에서 이름을 빼준다. 망신주기 효과를 노렸는데 성공한 전례도 있다. 코피노(Kopino·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 아빠 찾기 사이트가 개설된 이후 연락이 두절됐던 한국인 아빠 40명이 나타났다.

▷비혼 이혼 사별 등으로 홀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구는 약 44만 가구. 10명 중 8명은 상대방과 헤어지고 양육비를 받지 못한다. 일을 하며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들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양육비 소송을 지레 포기한다. 소송에 진 상대방이 양육비를 주지 않아도 처벌은 없다. 3년 전엔 정부가 양육비를 대신 받아주는 양육비이행관리원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재산을 숨기거나 주소를 옮겨가며 도망 다니면 양육비를 강제할 수단이 없다. 법에 기대기 어려우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여론 재판에 나선 것이다.

▷덴마크에는 아이만 낳고 튀는 ‘히트앤드런(Hit and Run)’ 방지법이 있다.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정부에서 양육비를 먼저 지원하고 월급에서 원천징수를 한다. 미국과 영국, 스웨덴에선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계좌를 압류할 수도, 여권이나 운전면허를 취소할 수도 있다. 양육비 지급을 채권-채무 관계로 보는 한국과 달리 아동학대라고 보기 때문이다.

▷한부모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9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양육비 지급 이행 요구에 소극적이다. 2015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대방과 얽히기 싫다’(42%)는 이유가 많았다. 비혼 부모는 결별 과정에서, 이혼 부모는 재판 과정에서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 원수가 되어 버린다. 다시는 만나고 싶지도 않고, 양육비를 끊어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사랑도, 이별도 어른들의 선택이다. 가여운 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아이들이다. 헤어지더라도 부모로서 할 일은 해야 한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


#나쁜 아빠들#양육비#이혼#한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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