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윤상호]美中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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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의 F-22 스텔스전투기가 비행 중 갑자기 폭발한다. 내부에 설치된 중국제 마이크로칩이 이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중국 해커의 기습으로 첩보위성과 주요 국방안보 전산망이 마비된다. 최첨단 드론과 로봇무기로 무장한 중국군이 하와이를 점령하고….’ 2016년에 나온 소설 ‘유령함대’ 속의 미중전쟁 시나리오다. 가상전쟁 소설이지만 미군 훈련 교재로 다뤄질 만큼 사실적이라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미국이 체감하는 중국의 위협은 소설 속 얘기만은 아니다. 중국은 2007년 1월 지대공 미사일로 낡은 자국 기상위성을 파괴했다. 미국과 러시아에 이어 세 번째로 위성 요격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미 정찰위성도 중국의 ‘사냥감’이 될 수 있음을 목격한 미국이 받은 충격은 컸다. 중국은 2045년까지 세계 최고의 우주강국이 되겠다는 로드맵까지 발표했다. 이에 미국은 2020년 우주군 창설을 선언하는 것으로 우주패권 쟁탈전을 예고했다.

▷중국의 올 국방예산은 약 1조1100억 위안(약 181조 원)으로 작년보다 8% 증가했다. 이 돈으로 항모와 신형 핵폭격기·장거리미사일 등 첨단무기를 대거 증강하고 있다. 이달 초 미국도 내년 국방예산을 올해보다 13% 증가한 7160억 달러(약 812조 원)로 책정하고 핵전력 현대화 등에 팔을 걷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 서명 직후 “결코 그 누구도 우리에게 범접 못할 것”이라고 중국에 경고장을 날렸다.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신흥세력이 지배세력을 위협할 때 전쟁은 필연적이라는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들어 미중 무력충돌의 위험을 경고했다.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전쟁을 다룬 기원전 5세기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의 전쟁사’에서 따온 말이다. 앨리슨은 미중 무역갈등, 대만문제, 그리고 북핵 문제가 전쟁을 촉발할 수도 있다고 했다. 만에 하나, 미중 갈등이 군사적 대결로 옮겨 붙는다면 그 틈에 낀 우리는 큰 불똥을 맞을 수밖에 없다.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정세를 둘러싼 두 강국의 세(勢)대결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겸 논설위원 ysh1005@donga.com
#미국#중국#투키디데스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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