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갈수록 뻔뻔해지는 ‘의원 꿔주기’ 추태와 공천 분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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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은 어제 의원총회에서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에 보낼 비례의원 3명을 제명했다. 제명된 비례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한 채 시민당으로 당적을 옮길 수 있다. 불출마하는 지역구 의원들도 자진 탈당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이에 뒤질세라 미래한국당도 모(母)정당인 미래통합당에서 의원들을 더 데려오겠다고 했다. 이런 의원 꿔주기 경쟁은 의석수가 많을수록 비례선거 앞 번호를 받는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시민당을 돕는 선거운동을 하겠다고 했다. 선거 출마자가 아닌 경우 다른 정당 지원이 가능하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을 받은 것이다. 공당, 그것도 집권 여당 대표가 선거법상 엄연히 별개의 정당을 지지하는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선관위의 유권해석 여부를 떠나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정한 선거 관리를 해야 할 선관위의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

여야는 이제 모정당과 비례위성정당 관계를 대놓고 ‘형제당’ ‘사돈관계’라고 강변한다. 의원들을 빌려준들 무슨 문제냐는 식이다. 아예 의원 꿔주기가 아니라 의원들의 자발적인 선택이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여야 지도부가 경쟁적으로 불출마·낙천한 의원들을 상대로 이적을 독려해 놓고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몰염치한 행태다. 여당은 지난달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불출마 의원들의 이적을 권유한 것은 정당법·선거법 위반이라며 고발한 바 있다. 여야 모두 누더기 선거법의 맹점을 악용해 비례위성정당 창당이라는 꼼수를 둔 것도 모자라 내놓고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통합당은 어제 새벽에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4곳 공천을 무효 처리했다. 총선 후보 등록 개시일을 하루 앞두고 황 대표가 막판에 공천 뒤집기를 하자 공천관리위원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황 대표의 공천 개입은 시기적으로도 늦었을 뿐만 아니라 공관위 결정을 직권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사천 논란으로 변질될 수 있다. 여야는 국민적 비난은 잠시 지나가는 소나기일 뿐이며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다 잊혀질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 중대한 착각이며 오만이다.
#더불어민주당#공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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