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오케스트라 한국인 단원 비자까지 거부한 中의 집요한 사드 보복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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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유명 오케스트라 ‘이스트먼 필하모니아’가 다음 달 초 예정된 중국 8개 도시 투어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 단원 80명 중 한국인 3명의 중국 비자가 거부되자 공연 일정이 무기 연기된 것이다. 한국인 단원의 비자 거부 사유는 3년 전 발표된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드 배치를 빌미로 한 중국의 한한령(限韓令)이 여전히 작동되고 있고, 그 대상도 한국을 넘어 미국 내 한국인에게까지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은 개별 사안이다. 지난해 한중 인적 교류가 950만 명이다”라며 사드 보복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이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은 공개적인 언급만 없었을 뿐 전방위에 걸쳐 계속돼 왔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여행객은 2016년 806만 명에서 지난해 478만 명으로 급감했다. 사드가 경북 상주의 롯데 부지에 배치된다는 발표가 나오자 중국 전역에 있던 90여 개의 롯데마트는 순차적으로 소방점검을 받았고 대부분 문을 닫아야 했다. 특히 3조 원이 투자된 선양의 롯데 복합쇼핑몰은 절차 문제만 지적하면서 2년 넘게 끌다가 허가해줬다.

한류의 중국 진출도 거의 중단됐다. 한국 연예인들이 중국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거나 콘서트를 개최한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2017년 초 소프라노 조수미 씨의 순회공연이나 피아니스트 백건우 씨 협연 등이 갑자기 취소된 배경 설명은 없었지만 사드 보복의 여파로 보인다. 공산당 체제의 특성상 이런 일들이 중국 정부의 묵인이나 양해 없이 이뤄질 수 없을 것이다.

한국의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맞선 자위적 조치이며 중국이 간섭할 일은 아니다. 중국은 세계 경제 패권을 놓고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예술활동과 정상적인 경제활동까지 자국의 편협한 이해관계라는 잣대를 들이대면서 제재하려는 낡은 의식과 사고방식으로는 세계의 리더가 될 수 없다. 중국 정부의 각성을 촉구한다.
#중국 사드 보복#중국 비자 거부#북한 핵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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