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세비 동결하고 의원 10% 늘리자”는 꼼수, 국민을 바보로 아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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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그제 국회의원 정수를 현행 300석에서 330석으로 10% 늘리자고 주장했다. 민주평화당과 대안신당도 호남 지역구 축소 방지를 위해 의원 정수 확대를 요구하고 있고, 바른미래당 역시 선거제 논의 초부터 330명을 주장해온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이들 야당의 협조가 절실하다. 이대로 밀어붙이면 의원 정수 확대를 밀어붙일 이익동맹이 형성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 대표는 “세비 총액 동결을 전제로 의원 정수 확대를 검토하자는 것은 오래된 논의”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의당은 올 4월 민주당 등과 함께 준(準)연동형비례대표제가 핵심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면서 의원 정수가 현행 300석을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되기도 전에 슬그머니 말을 바꾸고 나선 것이다.

정의당이 의원 정수 확대 조건으로 세비 총액 동결을 제시하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의원에게는 세비 외에도 보좌직원 인건비, 입법활동 지원비, 의원사무실 운영비 등 다양한 비용이 지원된다. 의원 한 명에게 국가가 지원하는 돈에서 세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가량에 불과하다. 또한 거기에 추가해 의원 수가 10% 늘면 국고 부담 선거비용, 정당보조금 등 국민의 부담은 대폭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회가 일단 의원 정수를 늘리고 난 뒤 다른 핑계를 찾아 세비를 슬그머니 올리는 것은 쉬운 일이다.

국민들이 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부정적인 것은 근본적으로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는 탓이 크다. 국회가 행정부를 충실하게 견제하고, 민생을 보듬는 데 필요하다면 의원 정수는 조정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나오는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은 국민적 필요와는 거리가 먼 정파적 이해에 바탕한 것이다.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선거법 개정안은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기 위해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선거법 표결 과정에서 민주당은 물론 평화당, 대안신당 지역구 의원 가운데 법 개정을 반대하는 이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이 의원 정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그런 반대표를 막으려는 꼼수이며, 의원 수를 늘려 더 많이 함께 누리자는 기득권 확대론과 다르지 않다.

선거법 개정은 내년 총선에 적용할 경기의 규칙을 정하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몇몇 정당이 짬짜미해 선거법을 고치는 것은 공정하지도, 정의롭지도 않다. 현재 의원 수가 부족해 국회의 역할이 미미하다고 생각할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국회의원 정수#세비 총액 동결#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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