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트럼프 “韓美훈련 불필요”… ‘돈 주고 사는 동맹’ 전락하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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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한국이 워게임(한미 연합훈련)을 하는 것에 화가 나 있었다. 나도 그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완전한 돈 낭비’라고도 했다. 이번 훈련은 규모와 방식이 조정됐다고 하면서도 “할 필요가 없었다”고 거듭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돈타령은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줄기차게 동맹국들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판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에서조차 ‘훈련에 돈이 진짜 많이 든다’ ‘주한미군을 빼내고 싶다’고 했다. 공동의 이익에 기초한 동맹을 일방적 시혜로 보는 인식도 어처구니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대화와 한국 방어비용을 한데 묶어 계산하고 있다. 북-미 협상이 잘되면 연합훈련 영구 중단과 주한미군 철수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여기에다 우리 정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결정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청구서 목록에는 새로운 항목이 추가될 가능성마저 높다. 미국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미일 안보협력의 연결고리를 끊은 만큼 이를 보상할 비용 청구의 명분을 준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미군 주둔 비용은 물론이고 연합훈련과 전략자산 전개, 호르무즈해협 방어, 남중국해 자유항행 비용까지 연 50억 달러(약 6조 원)의 청구서를 내민 터다.

주한미군, 연합훈련, 연합사령부 등 한미동맹의 세 축은 흔들리고 있다. 미국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공공연히 얘기하고, 연합훈련은 사실상 도상(圖上)연습이 된 지 오래다. 연합사령부는 전시작전통제권이 전환되면 한국군이 앞서고 미군이 뒷전에 앉는 구조로 개편된다. 북한의 잇단 미사일 도발로 위협을 키우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대화 재개에만 매달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잇속 빠른 돈 계산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청와대는 지소미아 파기가 오히려 ‘한미동맹의 업그레이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안보역량의 강화를 내세웠다. 하지만 그 자강(自强)도 상당 부분 미국산 무기에 의존하는 형편에서 한미 간엔 간접적 비용 부담 차원에서 거액의 무기거래 의향서를 주고받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러다간 돈 주고 사야 하는 동맹, 위기 때 흥정부터 하는 동맹이 될까 걱정이다.
#도널드 트럼프#한미 연합훈련#한미동맹#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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