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자기들은 ‘수출관리’, 韓은 ‘WTO 위반’이라는 日의 이율배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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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를 개정해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일본을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는 바세나르 체제 등 4대 국제수출통제 체제에 모두 가입한 국가를 ‘가’ 지역(화이트국가)으로 분류하고 그 밖의 국가들은 모두 ‘나’ 지역에 포함시켜 왔다. 이번에 ‘가’ 지역을 ‘가의 1’과 ‘가의 2’로 나누면서 일본을 ‘가의 2’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 일본으로 수출되는 전략물자의 심사 기간과 신청 서류가 늘고 까다로워지게 된다. 정부는 일본의 전략물자에 대한 수출관리 체계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원칙에 따라 취해진 연례적인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는 상징적인 선언에 가깝다. 일본처럼 특정 품목을 지정해 수출을 제한하는 조치도 내리지 않았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일본 기업들이 입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수출 규제를 하고 있는 에칭가스 등 3개 품목으로 국내 관련 기업들에 비상이 떨어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데도 사토 마사히사 일본 외무성 부상은 “일본의 수출 관리 조치에 대한 대항 조치라면 WTO(세계무역기구) 위반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신들은 적절한 수출 관리를 위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을 뿐인 데 반해 한국은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한 대항 조치를 했다는 주장이다. 먼저 수출 규제를 단행하고,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해 원인을 제공한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WTO 위반을 거론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주장이 아닐 수 없다.

한국이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은 실효성의 크고 작음을 떠나 국제관계에서 상대방의 정당하지 않은 행동에 상응하는 조치를 한 것으로 불가피했다고 본다. 다만 감정적 대응을 자제한다는 정부의 대응 기조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도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응이 감정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당장 피해가 닥칠 것을 걱정하고 있는 기업인들은 침착하게 대응하자는 대통령의 발언을 반기면서도 여당 일각에서 강경한 발언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양국 모두 정치적 선동 대신 자유무역과 국제 분업의 기본정신에 맞는 해결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전략물자 수출입 고시#화이트리스트#wto 위반#수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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