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ARF의 한미일… 북중러 도발 엄두 못낼 안보협력 구축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3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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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부터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한미일 3국의 북핵 수석대표가 참석한다. ARF를 계기로 한일 및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담이 조율되는 가운데 북핵 협상의 실무책임자 간 한미일 3각 협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한일 갈등으로 한미일 공조가 심각한 균열을 보이고 있지만 당면한 동북아시아 안보 위협에 맞서 3각 안보협력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최소한의 공감대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일 3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공동의 가치를 기반으로 중-러의 세력 팽창에 맞서 안보협력 체제를 이뤄왔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한일 갈등은 3각 협력 체제의 균열을 드러냈고, 이런 틈을 타 북-중-러는 안보 합작을 부쩍 강화하고 있다.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중-러의 동해 출격과 독도 영공 침범은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는 대화하면서 한국은 배제하는 통미배남(通美排南)을 노골화하며 교묘하게 한미동맹의 분리를 획책하고 있다. 한국 전역을 사정권에 둔 탄도미사일을 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서 “남조선에 대한 경고”라고 협박한 것도, 나아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를 겨냥한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의 안전은 아랑곳 않는다는 태도를 보인 것도 한미 간 위협 인식의 간극을 벌리려는 북한의 노림수가 먹혀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은 2·28 하노이 결렬 이후 북-미 협상의 최우선순위를 대북제재 해제에서 체제 안전보장으로 전환했다. 여기에 중-러가 적극 지원하며 동북아 안보의 틀을 바꾸려 하고 있다. 북한이 실무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한미 연합훈련과 첨단무기 도입 중단은 북한뿐 아니라 중-러의 전략적 이익에도 맞아떨어진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직전에 중-러의 동해 연합비행훈련이 이뤄진 것을 단순한 우연으로만 보기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 정부는 모든 문제를 가급적 조용히 처리하려 한다. 그러면서 혹시라도 북핵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이래선 존재감도 없는 투명 국가 취급을 받을 뿐이다. 냉혹한 국제정치에서 대치 전선의 경계를 오가는 외교로는 변방의 주변국가로 남을 뿐이다. 북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나아가 동북아 새 질서 구축을 위한 한국의 역할은 한미동맹, 나아가 한미일 공조 위에 굳건히 발을 딛고 있을 때 가능하다. 한일 갈등이 공동의 사활이 걸린 안보문제로까지 번지지 않게 관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북미 협상#대북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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