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남한 쌀 거부… 이런 무례 더는 묵과 말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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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하기로 한 국내산 쌀 5만 t을 북한이 수령을 거부했다고 통일부가 어제 밝혔다. 북한은 다음 달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을 문제 삼아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을 거부한 데 이어 쌀 수령까지 퇴짜를 놓은 것이다. 직접적인 대북지원이 남북 당국 간 협의 과정에서 무산된 적은 있었지만 WFP를 통한 간접지원을 북한이 거부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정부의 쌀 지원 결정은 2·28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비핵화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당시 북한 미사일 도발의 여진이 가시지 않아서 지원 결정이 너무 조급하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정부는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하든 비핵화 협상의 불씨를 살려보려는 정부의 노력이 무색하게 북한은 앞으로 북-미가 직접 할 테니 남측은 아예 빠지라고 큰소리쳤다. 남북 관계만큼은 북한이 계속 갑질을 해도 문제될 게 없다는 오만함의 발로다.

북한이 쌀 수령 거부의 이유로 삼는 한미 연합훈련 ‘동맹19-2’는 대규모 실병력 기동훈련이 아니라 워게임 중심의 지휘소연습(CPX)이다. 그런 내용을 잘 알고 있을 북한이 인도적 지원에 나선 쪽을 비난하며 큰소리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북한 달래기에만 너무 급급했던 우리의 태도가 빌미를 준 것이다.

북한은 그제 잠수함 건조 현장을 노출하며 위기감을 고조시켰고, 함경남도 해안 지역에서 지대공미사일 발사 훈련 징후도 포착됐다. 미국과 대화의 끈은 놓지 않으면서 이런저런 어깃장과 위협으로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는 벼랑끝 전술로 보인다. 이처럼 북한의 속셈이 뻔한데도 우리 정부가 먼저 한미 연합훈련 명칭 변경을 검토하겠다고 물러선 것은 못된 버릇을 더 키워줄 수 있다. 인도적 쌀 지원까지 거부당하면서 북한에 대해 최소한의 할 말도 못 한다면 눈치 보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 쌀 수령 거부#북미 실무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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