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제2, 제3 핵시설 눈감은 北비핵화 논의는 무의미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3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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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주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뿐만 아니라 또 다른 비밀 핵시설을 알고 있다고 하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목한 영변 외 핵시설은 평양 남부 산업단지인 ‘천리마 구역’의 강선이 유력하며, 언론에 공개된 적이 없는 제3의 핵시설일 가능성도 있다. 제2 또는 제3의 북한 핵시설이 하노이 회담에서야 처음으로 논란이 된 것은 비핵화의 기본 전제인 폐기 대상 핵시설의 존재조차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비핵화 논의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지난해 7월 강선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지목한 미국 전문가는 그제 본보 인터뷰에서 “강선의 핵시설이 여전히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차량과 인력이 꾸준히 오가고 핵시설 가동으로 기온이 높아져 눈도 쌓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강선에는 최대 6000개의 원심 분리기가 가동 중이어서 영변의 4000개보다도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대규모 핵심 핵시설을 제외한 채 진행되는 비핵화 논의는 아무리 단계적인 접근방법을 취한다 해도 그 한계가 뚜렷하다.

그동안 학자나 연구기관 등에서는 북한 전역에 핵시설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으나 미 대통령이나 국무장관이 직접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는 공론화해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영변 핵시설 부분 폐기만으로 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니 미국의 정보력과 국제사회의 비핵화 실현 의지를 너무도 오판한 것이다.

북한은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에도 “영변 핵시설 전체를 폐기 대상으로 내놓아 본 역사가 없다”(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의 주장만 늘어놓고 있는데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영변 폐기만으로는 제재 해제 같은 상응조치를 받아낼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내건 비핵화 약속에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다면 제2, 제3 핵시설의 위치와 규모, 활동 내용 등을 협상의제에 올리는 걸 더 이상 거부해선 안 된다.
#도널드 트럼프#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비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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