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영화제작소 ‘우파 파브리크’ 40년간 ‘주민 소통의 場’으로 변신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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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복지를 넘어 공간복지로]

독일 베를린 우파 파브리크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카페에서 지역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독일 베를린 우파 파브리크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카페에서 지역 주민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독일 베를린 남부 지하철 6호선 울슈타인슈트라세역. 출구에서 나와 1분 정도 걷자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벽뿐만 아니라 지붕에도 풀잎들이 가득했다. 지붕에는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돼 있다. 풀잎으로 뒤덮인 건물은 대표적인 도시 생태마을인 ‘우파 파브리크(Ufa Fabrik)’를 상징하는 모습이다.

우파 파브리크는 1920년부터 영화 제작사 우파(Ufa) 등이 영화를 촬영하던 곳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화사들이 떠났고 오랜 기간 방치됐다. 1979년 가난한 젊은 예술가와 숙련공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임을 만들고 주민들에게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게 우파 파브리크의 시작이다. 설립에 참여한 지그리트 니머 씨는 “당시 친환경 주거에 대한 인식도 남달라 벽면과 지붕에 식물을 심어 열 손실을 줄였다. 자연 친화적인 마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우파 파브리크에는 공연장과 카페, 유기농 식재료점, 공동 육아 시설, 문화 강좌 공간, 대안학교 등이 들어서 있다. 당시 서베를린시는 방치된 부지에 갑자기 청년들이 모여들며 각종 시설을 만들려고 하자 마뜩지 않아 했다. 하지만 우파 파브리크가 지역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서 태도도 달라졌다. 우파 파브리크는 연간 300회 이상 크고 작은 공연을 주관한다. 청년들의 자발적 활동이 주민 복지로 이어지자 베를린시는 활동을 장려했다. 초기 1년 단위로 부지 사용 계약을 맺었으나 1986년에는 2037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올해는 사용 계약을 2067년까지 다시 연장했다. 운영 시스템을 배우려고 찾아온 덴마크 출신 마스 카를슬룬 씨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공간을 조성한 뒤 시설의 혜택이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가게 했다는 점에서 지방정부들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베를린=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공간복지#독일 베를린#우파 파브리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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