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호 기자의 서울 데이트 할까요]<1>느릿느릿 조용하게 ‘성북동 코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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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끝에 묻어나는 문인의 향기-전통의 향취

서울 성북구 성북동은 첨단도시 서울에서 ‘고전미’를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데이트 장소다. 성북동의 한국가구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박물관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한옥 외부를 관람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성북구 성북동은 첨단도시 서울에서 ‘고전미’를 느낄 수 있는 몇 안 되는 데이트 장소다. 성북동의 한국가구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박물관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한옥 외부를 관람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이철호 기자
이철호 기자
《 “어디 괜찮은 데이트 장소 없어요?” 기자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많이 받는 질문 가운데 하나다. 실제로 주변에는 데이트 장소를 찾아 헤매는 연인들이 많다. 서울에 가볼 만한 곳은 많지만 막상 데이트 분위기에 맞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혼의 남(男)기자가 직접 발품을 팔았다. 연인과 함께 서울 곳곳을 누비며 근사한 데이트 명소를 골라 봤다. 》

‘밸런타인데이’(2월 14일)를 맞아 여자친구와 함께 찾은 곳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 여자친구의 직업(도예가)과 가장 맞아떨어지는 곳이었다.

성북동 데이트는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데이트 명소 대부분이 지하철역 반경 2km 안에 있기 때문. 만약 연인이 허락하면 함께 걸어가는 것도 추천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시내버스(1111번, 2112번)나 길상사행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14일 오전 처음 들른 곳은 길상사였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시인 백석과 기생 김영한의 세기의 러브 스토리가 잠든 곳이기 때문이다. 백석은 김영한을 ‘자야(子夜)’라고 부르며 사랑했지만 결국 6·25전쟁 탓에 영영 이별하고 말았다. 그 후 자야는 요정(料亭) ‘대원각’을 운영하며 엄청난 부를 이뤘다. 요정이 절이 된 건 자야가 법정 스님을 만난 1995년. 4년 뒤 사망하면서 자야는 “그 돈이 그 사람(백석)의 시 한 줄만도 못하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길상사를 둘러본 연인들은 10분 정도 걸어 내려와 ‘수연산방’에 들르면 좋다. 월북 소설가 이태준의 집이던 이곳은 전통찻집이 됐다. 대추차 오미자차 등 다양한 전통차를 한옥 마루에 앉아 마실 수 있다. ‘이태준을 찾아오는 사람이 차향에 반해 간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맛도 수준급이다.

성북동에서 데이트하며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공간은 ‘한국가구박물관’이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방문하면서 유명해졌다. 기자의 여자친구가 가장 가고 싶어 한 장소도 이곳이었다. 가구박물관은 ‘가기 힘든 박물관’으로도 유명하다. 관람을 위해선 사전 예약을 해야 한다. 입장료(2만 원)도 비싼 편. 걸어서 가는 것도 어렵다. 최근 마을버스 노선 개통 논의가 있었지만 주민 반대로 무산됐다. 현재로선 택시가 가장 편한 교통수단이다.

특히 볼만한 건 솟을대문을 열면 드러나는 궁(宮) 집, 사대부 집 등 조선시대 가옥이다. 소장하고 있는 가구도 훌륭하다. 지금은 보기 힘든 조선시대 가구 2500여 점을 친절한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감상할 수 있다. 특히 포스트모더니즘의 ‘단순미’를 연상케 하는 가구들은 외국인에게도 인기가 좋다. 관람 후 여자친구는 “예술적 목마름을 여기서 다 해소했다”며 만족해했다.

서울 도심에서 성북동은 멀지 않다. 두 사람만의 느리고 조용한 사랑을 나누고 싶은 연인들에게 딱 맞는 곳이다. 자세한 문의는 성북구청 문화체육과 02-2241-2632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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