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어떻게 생각하십니까]TV로 수능강좌 보는 학생 1.6%인데 송출비용으로 매년 25억 쓰는 EBS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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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변화 추세 따라가지 못해” vs “공익채널, 경제적 가치 판단 안돼”

올해 고3이 된 김신영 양은 중학교 때부터 한국교육방송공사(EBS) 대학수학능력시험 강의 애청자다. 하지만 TV로 EBS 강의를 들어본 적은 없다. EBS 강의를 내려받아 독서실이나 학교에서 스마트폰, 노트북으로 시청하기 때문이다. 김 양은 “인터넷으로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강의를 들을 수 있는데 굳이 편성표를 보고 기다렸다가 TV로 공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 양처럼 EBS 강좌를 시청하는 학생 대부분 TV 대신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활용하고 있는데도 EBS는 같은 강의를 24시간 TV로 내보내느라 매년 수십억 원을 들이고 있다. EBS가 수능·내신 강의 시청에 활용되는 매체의 변화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동아일보가 12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김정재 의원(자유한국당)을 통해 입수한 ‘EBS의 시청률 및 채널별 운영비’ 자료에 따르면 EBS는 EBSi(인터넷 강의 사이트)에 실리는 강의 중 일부를 EBS플러스1이라는 위성방송 채널로 송출하기 위해 매년 25억 원 넘게 쓰는 것으로 드러났다. 강의 제작 비용을 제외하고 오직 방송 송출에 드는 위성 사용료, 회선료, 기술 제작비만 2014년 27억5200만 원, 2015년 32억5800만 원, 지난해 25억6200만 원이 들었다.

EBS플러스1은 수능 전문 채널로 수능 내신 논술 등 학교 교육 관련 강좌를 24시간 방송한다. 2016년 기준 EBS가 제작한 강의는 총 1014개이며 모든 강좌는 인터넷 사이트인 EBSi에 먼저 올라간다. 이 중 방송용으로 제작된 강좌 308개도 학생 편의를 위해 인터넷에 먼저 올린 후 순차적으로 EBS플러스1 채널을 통해 방송한다. 나머지 706개 강좌는 인터넷에만 올라간다.

실제로 학생 대부분은 EBS 강의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로 시청하고 있다. 정영식 전주교대 교수 등이 고교생 1만3659명, 학부모 1만3659명을 조사한 ‘2016 EBS 수능 강의 사업 성과 분석 및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EBS 수능 강의를 들을 때 활용한 매체로 컴퓨터(63.9%)와 스마트폰(60.3%)이 가장 많았고, 태블릿PC(34.4%)와 PMP(3.0%)가 뒤를 이었다. 설문조사가 중복 응답으로 이뤄졌지만 TV로 강의를 듣는다고 답한 학생은 1.6%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국민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EBS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로만 계산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EBS 측은 “TV를 통해 강의를 시청하는 수험생이 감소하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방송은 무료 보편 서비스로서 인터넷에 비해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특성을 고려할 때, 방송을 통한 수능 강의 지원은 교육의 보편성 확대 측면에서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2014년 EBS 방송 콘텐츠를 분석한 노경란 성신여대 교육학과 교수는 “고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성인의 학습 욕구가 다변화하고 있다”며 “EBS가 일반 시민의 평생교육을 위한 콘텐츠 생산에도 투자하는 등 우선순위를 재고할 때”라고 말했다.

노지원 기자 z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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