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25시]고교 동아리활동 다양화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36분


요리 이미용 패션디자인 스포츠댄싱 스쿼시 뮤지컬 포켓볼 사물놀이….

언뜻 사설 문화센터의 성인 대상 교양 프로그램이 연상되지만 그렇지 않다. 최근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동아리들이다.

“요즘 학생들은 외모만큼이나 생각도 천차만별이죠. 다양한 개성과 가치를 추구하는 학생들의 성향이 독특한 동아리 활동으로 표출되고 있습니다.”

경기 고양시 일산신도시에 있는 백석고 안동권(安東權)학생부장은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한마디로 ‘극성스럽다고 할 정도로 몰두한다’고 표현했다.

백석고의 경우 스쿼시반, 영어연극반, 당구반, 락그룹, 인터넷 웹진반 등 26개의 동아리가 수시로 모임을 갖고 활발한 활동을 펴고 있다. 연극반 락그룹 등은 1년에 한두 차례 학교 밖에서도 공연한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 일부 고등학교의 인기 동아리는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기가 대학 입시만큼이나 치열하다. 선배들이 정해 놓은 높은 기준에 따라 적성 테스트, 면접은 물론 동아리 활동과 관련된 기능시험까지 통과해야 하기 때문.

서울 노원구 상계동 용화여고의 뮤지컬 동아리 ‘소래어리’가 3월 중순에 실시한 신입회원 모집 절차는 정식 극단의 오디션을 방불케 했다. 70여명의 지원자 가운데 연기 대본 안무 음악 등 부문별 실기시험에 합격한 10명에게만 회원 자격이 주어졌다.

▼요리 당구 뮤지컬까지●

이 동아리를 지도하는 이순임(李順任)교사는 “많은 학생이 동아리를 탈출구로 삼아 입시에 대한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고 하다 보니 경쟁이 치열하다”며 “끼를 건전하게 발산하려는 자세를 긍정적으로 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강사 초빙-외부 공연도▼

최근 서울과 수도권의 대다수 고등학교는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전일제 특별활동 수업을 하고 있다. 일주일에 1시간씩 배정돼 있던 특별활동시간을 한달에 한번 토요일 오전 수업 전체를 동아리 활동을 하도록 조정한 것. 학생들의 동아리 활동은 학교 내에 머무르지 않는다. 전일제 특별활동시간에 외부 강사를 초빙해 지도를 받거나 학교 주변의 체육관 영화관 공원 등에 직접 나가기도 한다. 또 수익사업을 벌이고 사회봉사활동을 펴기도 한다.

백석고 요리 동아리 ‘맛따라’는 지난해 9월 학교 축제 때 쿠키 피자 등 음식을 만들어 팔아 모은 돈 8만여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