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한라산 초만원… 등산코스 다양화 등 체질개선 나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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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객 몰려 성판악탐방로 북새통… 남벽탐방로 2016년 재개방 본격 논의
고지대 화장실도 수세식으로 교체

16일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에 수많은 탐방객이 몰리는 등 정상을 오가는 유일한 탐방로인 성판악탐방로는 북새통을 이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16일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에 수많은 탐방객이 몰리는 등 정상을 오가는 유일한 탐방로인 성판악탐방로는 북새통을 이뤘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 분화구 전경이 선명하게 한눈에 들어왔다. 하얀 눈이 소복이 쌓인 백록담은 금방이라도 하얀 사슴이 나타날 듯 신비함을 더했다. 1년 내내 바람이 부는 백록담 분화구, 겨울철에는 살을 에는 칼바람이 몰아쳐 10분 이상 머물기 힘들지만 16일은 잠잠했다. 이날 선명한 정상 모습을 본 서울 지역 산악회원 최영진 씨(53)는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구름 한 점 없는 백록담을 봐서 정말 행운이다”고 말했다.

깨끗한 백록담 전경은 축복이었지만 등산, 하산은 짜증의 연속이었다. 해발 1950m 정상에서부터 4∼5km 떨어진 지점까지 한 줄로 늘어섰다. 남한 최고봉이라는 상징성을 비롯해 구상나무의 눈꽃, 산정호수 눈 풍경 등 다른 지역 산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특유의 겨울 경치가 알려지면서 등산객들이 몰린 것이다. 평생 한번 눈을 볼까 말까 한 중국인 관광객도 더해지면서 북새통을 이뤘다.

백록담을 오가는 유일한 탐방로인 성판악탐방로에 이날 하루 5700여 명이 몰렸다. “오를 때는 앞사람 엉덩이만, 내려갈 때는 뒤통수만 봤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성판악탐방로는 편의시설을 보강했지만 계속 밀려드는 탐방객을 수용하기에 버거운 실정이고 쓰레기 발생량도 만만치 않다. 정상으로 가는 관음사탐방로 삼각봉대피소(해발 1500m) 주변에서 지난해 5월 발생한 낙석 사고로 인해 정상∼삼각봉대피소 2.7km 구간에 대한 통제가 이뤄지면서 성판악탐방로의 혼잡은 더욱 심해졌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는 성판악탐방로로 몰리는 등산객을 분산시키기 위해 자연휴식년을 적용해 일시 통제한 백록담 남벽탐방로를 재개방하는 방안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통해 체질 개선에 나선다.

남벽탐방로 0.7km는 1986년부터 1993년까지 등산객을 정상까지 안내한 코스다. 남벽탐방로를 부활시키면 어리목, 영실, 돈내코, 성판악 탐방로가 서로 연결되면서 각각에서 정상 등산이 가능하고 탐방객 분산, 돈내코탐방로 활성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올해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지정 50주년을 맞아 112억 원을 투입해 구상나무 숲 보전, 사유지 매입 등 세계자연유산 한라산의 가치를 높인다. 소나무 재선충병을 차단하기 위해 소나무 전량에 나무주사를 놓고 한라산에 서식하는 멧돼지, 들개, 꽃사슴 등 유해 외래 동물의 서식 상황을 조사한 뒤 퇴치 방안을 마련한다. 전국 최초로 사유지 없는 국립공원을 목표로 2026년까지 150억 원을 투자해 사유지 105필지 259만8000m²를 매입한다. 고지대 재래식 화장실 18동을 친환경 수세식 화장실로 전부 교체한다.

1977년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등정한 고상돈, 에베레스트를 포함해 8000m급 10좌를 등정한 오희준 등 제주 산악인의 도전정신을 보여 주는 애니메이션 동영상을 제작한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서의 해맞이를 위해 1월 1일에 한해 허용하는 야간 산행을 계절별 1회씩으로 확대하고 산악박물관과 관음사야영장 등을 연계한 생태 체험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김창조 한라산국립공원관리소장은 “50년 후 한라산천연보호구역 지정 100주년을 맞이하는 후손들에게 우리가 열심히 노력한 흔적을 전해 주기 위해서 지금부터 ‘한라산 보호 100년 플랜’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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