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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감귤 가격 폭락… 신음하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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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감귤 가격 폭락… 신음하는 농심

임재영기자 입력 2016-01-06 03:00수정 2016-01-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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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비로 수확시기 놓쳐 가격폭락… 뿔난 농민들 ‘자연재해 선포’ 촉구
제주도 “13년만에 4만t 산지 폐기”
잦은 비 날씨로 수확시기를 놓친 감귤이 나무에 여전히 매달려 있고 수확한 감귤도 부패과가 많이 발생해 감귤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제주도 제공
“20년 동안 감귤 농사를 지으면서 이번처럼 힘든 적은 없었습니다.”

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중문동 배모 씨(62)의 감귤 과수원. 나무에 달린 감귤은 이상기온으로 부풀어 올라 일부는 썩고 있었다. 배 씨는 “감귤 수확 시기를 이미 놓친 상황이지만 지금이라도 따려고 하면 인건비도 못 건지고 더 매달아 놓으면 나무 생육에도 안 좋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황이 어렵기는 다른 과수원도 마찬가지다. 관광객을 상대하는 농원 등을 제외하고는 감귤 수확을 대부분 마쳐야 할 시기이지만 주황색이 선명한 감귤이 주렁주렁 매달린 과수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 시름 깊은 감귤 농가

5일 제주도감귤출하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농수산물시장에 거래된 감귤은 9만4691t으로, 평균 경락가격은 10kg당 9500원에 불과했다. 2014년산 1만2127원, 2013년 1만3857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농민들은 10kg당 1만3000원 정도 돼야 영농비라도 건진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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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가격 폭락의 최대 원인은 잦은 비 때문이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는 한라봉, 천혜향 등의 품목과 달리 대부분 제주지역 감귤은 노지(露地)에서 재배한다. 정상적인 감귤 수확기는 11월 초순부터 12월 중순이다. 크리스마스와 연말 특수를 겨냥해 이 시기에 감귤 수확을 마치고, 일부는 설날 특수를 대비해 창고 등에 저장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에 17일 동안, 12월에도 14일가량 비가 내리면서 수확 시기를 놓쳤다.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따 출하하면서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급한 마음에 비에 젖은 감귤을 수확해 시장에 내놨지만 썩은 감귤은 오히려 가격 폭락을 부추겼다.

감귤 재배 농민들은 지난해 12월 30일 제주도청 정문 앞에서 시위를 벌여 최저 가격 보장제 실시와 상품 감귤 처리 대책, 농가 대출금 및 농자재 대금 상환 대책 등을 요구했다. 계속된 비로 감귤을 제때 수확하지 못한 것은 재해 수준에 해당한다며 감귤 재배 지역에 대한 특별 자연재해 선포도 촉구했다.

○ 고품질 적정 생산이 관건

제주도는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16억 원을 긴급 지원받아 감귤 4만 t을 가격 안정 차원에서 산지 폐기하기로 했다. 정부가 10kg당 1600원을 지원하기로 하자 농민들의 산지 폐기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 감귤 산지 폐기 사업은 생산량 초과로 가격 파동이 일었던 2002년 이후 13년 만이다. 피해를 본 감귤 농가에 대해서는 재해대책 경영자금 480억 원을 융자 지원하기로 했지만 상처 입은 농심을 달래기는 역부족이다.

감귤 가격 폭락과 함께 출하 초기 주황색을 입힌 덜 익은 감귤이 유통되면서 지난해 제주도가 선포한 ‘감귤혁신 5개년 계획’도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이 계획은 적정 생산과 생산자단체 중심 유통, 농가 자생력 기반 감귤정책 등을 통해 고품질 감귤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노지 감귤 출하량은 70만 t 규모에서 최근 55만∼60만 t 규모로 줄었지만 계속 밀려드는 수입 과일 등과 경쟁하려면 고품질 위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윤창완 제주도 감귤특작과장은 “날씨 때문에 감귤 가격이 크게 떨어졌지만 장기적으로는 저급 감귤을 시장에서 격리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소비자와 시장 중심의 생산과 유통이 구조개혁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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