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미세먼지 쉼터, 이대로 충분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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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 봄까지 최고의 이슈로 자리매김한 미세먼지는 급기야 사회적 재난으로 지정됐다. 이후 중앙 정부와 지자체들은 미세먼지 마스크 지원, 공기청정기 보급, 차량 2부제 같은 각종 대책을 쏟아냈지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물론 우리 국민들의 깊은 불안감을 씻어내기에도 역부족이었다. 제대로 된 대책을 세울 틈도 없이 이미 올해 미세먼지 시즌은 시작됐다. 여기에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로 기록된 지난해 못지않은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강타할 것이란 예고가 쏟아지고 있다.

미세먼지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많은 지자체를 비롯한 공공영역과 민간영역 곳곳에 ‘미세먼지 쉼터’가 세워지고 있다. 실외에는 버스정류장이나 공원, 아파트 단지까지 밀폐형과 오픈형 등 다양한 형태로 설치되고 있고, 실내에는 공기카페, 공기방 등 공기청정 지역이라 선전하는 다양한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미세먼지 쉼터를 살펴보면 제대로 밀폐되지 않은 공간에 공기청정기나 에어 커튼 등의 장비를 설치하고 이 장치를 항시 작동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즉, 공기 질의 정확한 평가도 없이 공기정화 장치만 작동해 사람들을 안심시켜 주는 홍보 효과만을 노리고 쓸데없는 에너지만 낭비하고 있다.

설치 장소는 차치하더라도 쉼터의 형태 중에 오픈형은 기능적인 면에서 ‘미세먼지 프리’라는 미세먼지 쉼터 본연의 기능을 다하기에는 부적격하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오픈형 쉼터로는 제아무리 좋은 공기청정기나 공기조화기를 설치하더라도 미세먼지를 모두 없애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 효과적인 미세먼지 쉼터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밀폐형으로 만들어야 하나 밀폐 공간에서 공기청정기를 가동할 시 미세먼지는 조금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실내 공기 질에 있어서 중요한 일산화탄소, 이산화탄소, 라돈, 폼알데하이드 등의 요소는 전혀 해결할 수 없다. 미세먼지가 ‘침묵의 살인자’로 공포심을 자아내지만 이와 같은 실내 공기 질 저하 요소 역시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올바른 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환기’를 통해 나쁜 내부 공기는 외부로 내보내고, 외부 공기를 유입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손실되는 에너지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해결해야 할 숙제다.

미세먼지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내가 숨쉬는 공기의 미세먼지 수치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미세먼지의 정확한 측정은 미세먼지측정기 성능인증 제도를 통해 국가 공인을 받은 간이측정기가 보급되면 실시간으로 가능해진다. 따라서 이제는 맹목적인 믿음을 거두고 마구 쏟아지는 미세먼지 쉼터 홍보에 현혹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확한 공기 질을 파악하고 미세먼지로부터 나를 보호할 수 있는 공기 질이 보장되는 진정한 미세먼지 쉼터를 찾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면서 최적의 공기 질을 유지할 수 있는 청정한 공기 쉼터에 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해 보인다.
 
김동식 케이웨더 대표이사·기상산업연합회장
#미세먼지#미세먼지 쉼터#공기정화 장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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