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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시상대에서 처음 부른 애국가, 내 생애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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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시상대에서 처음 부른 애국가, 내 생애 최고의 순간”

김종석기자 입력 2016-08-24 03:00수정 2018-09-1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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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라!2016 리우올림픽]골프 ‘골든 슬램’ 박인비 귀국
국가대표라면 아파도 가야 한다던 할아버지 말씀에 출전 결심
116년 만에 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을 딴 뒤 귀국한 박인비. 인천공항=김종석 기자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큰 짐 하나를 내려놓은 그의 표정은 밝았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떠나 미국 뉴욕을 경유하는 24시간도 넘는 여정 끝에 23일 오전 3시 10분 인천공항에 도착한 ‘골프 여제’ 박인비(28)였다.

리우 올림픽에서 116년 만의 여자 골프 금메달리스트가 되며 사상 첫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까지 완성한 박인비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새벽부터 고생이 많다”며 기자에게 갖고 있던 금메달을 건네 보여주기도 했다. 500g의 이 금메달은 묵직했다. 박인비가 받아들이는 금메달의 무게감은 몇천 t에 이르는 듯했다. “메이저 우승도 꽤 했지만 올림픽에서 느껴지는 관심과는 비교도 안 되더라. 골프를 전혀 모르는 국민들까지 뜨거운 성원을 보내줘 큰 감동을 받았다. 시상대에서 처음 부른 애국가는 내 생애 최고였다.”

그만큼 부담도 컸다. “올림픽에서 1, 2라운드를 마친 뒤 몰려드는 피로가 1주일 내내 공을 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초인적인 힘이 요구됐다. 다행히 퍼팅 감각이 절정이었다. 리디아 고가 ‘언니 퍼팅은 대면 다 들어가는 거냐’며 놀라더라.”

남편 남기협 씨에게서 깜짝 선물로 받은 2개월 된 강아지 골든 레트리버를 안고 있는 박인비.
박인비가 왼쪽 손가락 부상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건 널리 알려진 사실. 그는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결정한 데에는 가족들이 간절히 원했던 영향도 컸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인데 아파도 가야 한다”고 말했던 박인비의 할아버지 박병준 옹(84)은 손녀와 포옹하며 눈물을 쏟았다. 어진 왕비가 되라며 ‘인비(仁妃)’라는 이름을 지어준 것도, 3대가 같이 골프 하는 게 소원이라며 꼬마 인비에게 골프채를 쥐여 준 것도 모두 할아버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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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가족 사랑이 지극한 박인비는 올림픽 출전 결심 이후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한때 부상 탓 하며 현실에 안주하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 핑계는 없었다. 내 한계를 뛰어넘어야 했다. 그게 바로 올림픽 정신이 아닌가. 몸 상태를 의식하지 않았다.”

박인비는 승리의 원동력으로 모험과도 같은 스윙 변화를 꼽았다. 박인비는 두 달 가까이 남편 남기협 씨와 그의 1년 선배인 김응진 프로에게 합동 레슨을 받았다. “부상 이후 스윙이 작아지다 보니 임팩트가 부정확해지고 미스 샷이 나오는 원인이 됐다. 백스윙과 몸통 회전의 크기를 다시 늘린 뒤 이에 적응하려고 하루 종일 훈련에 매달렸다. 한밤중에 숙소 옥상까지 올라가 빈 스윙을 했다.”

부인에게 선물할 2개월된 반려견을 안고 있는 박인비의 남편이자 스윙 코치인 남기협 씨.
올림픽에 동행했던 남편 남기협 씨에 대해 박인비는 “나를 지키는 버팀목 같은 존재다. 그가 있어 행복하다. 오빠 없이 어떤 일도 이룰 수 없었다”고 고마워했다. 이날 남 씨는 미리 친구에게 부탁했던 2개월 된 골든 레트리버종 강아지 한 마리를 박인비에게 선물했다. 남 씨는 “골든과 금메달이 잘 어울린다. 이름은 리우라고 지었다”며 웃었다.

116년 만에 올림픽 여자 골프 금메달을 딴 뒤 귀국한 박인비. 인천공항=김종석 기자
박인비는 당분간 부상 부위에 깁스를 한 뒤 재활에 매달릴 계획이다. “프로 10년 동안 감기 한 번 앓은 적이 없었는데 올해 부상의 아픔을 심하게 겪었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혹사한 몸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더 이상 이룰 게 없어 보이는 박인비에게 이젠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지 않느냐고 묻자 손사래를 쳤다. “예전에는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잘못된 것이더라. 운동선수는 성적에 대한 긴장감을 항상 지녀야 한다. 그게 숙명이다. 메이저대회로 승격한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다시 우승하고 싶다. 2020년까지 은퇴하지 않는다면 도쿄 올림픽 2연패도 좋은 목표가 될 수 있다.”

짙은 어둠과도 같은 시련을 뚫고 찬란한 위업을 이룬 박인비와의 인터뷰를 마칠 무렵 가로등이 차례로 꺼졌다. 어느새 동녘은 환해지고 있었다. 박인비는 “내 골프 인생을 18홀에 비유한다면 이제 전반 9홀 정도 끝난 것 같다. 앞으로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올림픽#리우#골프#박인비#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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